매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때마다 사람들 혹은 시민들은 “이번에는 조금 달라지겠지!”라고 기대하지만 사실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지방정부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두 같을 수는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먼저 인문학 도시 수원을 보면 여전히 인문학적 우세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활용도 잘하는 편이다. 정조가 남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적 강점은 다섯 개의 박물관과 예술단, 교향악단 등이 도시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공원들이 수원 곳곳에 있다. 돈이 들더라도 한 번쯤 가봐야 할 공원들도 있고 그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공원들이 즐비하다.
▲ 수원시청
반면 인구수는 110만이 넘고 유휴 부지는 부족해 산단을 지정해 기업을 유치하기는 매우 어려운 부동산 구조로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살기는 좋지만, 기업의 생산시설이 들어올 자리는 없다는 말이다. 이런 수원의 기업 하기 어려운 이미지와 현실을 깨뜨리기 위한 시도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바로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 주장이다.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 문제 여전한 난제로 남아
수원 전투비행장의 전체 면적은 170만 평이다. 그리고 전투비행장으로 인한 안전거리까지 합치면 그 면적은 근 300만 평에 이른다. 수원은 이곳에 전투비행장을 이전하고 삼성전자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반도체 벨트를 만들고자 했으나 전투비행장 이전과 관련한 문제들은 단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전투비행장 이전을 위해서는 화성시와의 협상이 중요하다. 그런데 화성시는 수원시가 이전하고자 하는 전투비행장 부지 인근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 습지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원시의 비행장 이전 추진보다 화성시의 람사르 습지 지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며 비행장 이전은 어렵게 됐다는 말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원 정치인이 원했던 반도체 벨트 만들기는 그래서 점점 더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
영통 소각장 대보수 및 소각장 신설 문제.
영통 소각장은 지난 2000년 수원 영통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만들어진 소각장이다. 비상 소각로까지 합쳐, 약 300톤 규모의 소각장이 25년째 가동되고 있다. 소각로의 평균수명이 1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원 영통 소각장은 환갑, 진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운영되고 잇다고 보면 된다.
이 문제와 관련, 이재준 수원시장은 새 소각장 부지를 공모해 선정하고 향후 소각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것은 “자기 임기 중에는 아니다”라는 표현을 완곡하게 돌려가며 발표했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선거철이 되면 영통 소각장 이전 문제는 단골 공약으로 등장할 수 있으며, 단시간 내에 해결될 기미는 없다. 또한 2026년부터 인천 매립지가 폐쇄되는 문제가 있어 수원시는 수원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인근 지자체와 하루빨리 협상하지 않으면 쓰레기로 인한 대란을 맞을 수도 있다.
▲ 이재준 수원시장
수원의 경제 방향 오류 수정할 사람 드물어
수원의 경제는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원은 한 마디로 과밀억제지역이다. 좁은 면적에 인구수가 과다한 지역은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살기 때문에 각종 편의시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으로서는 토지를 사들여 사업을 하기에는 불편한 지역이라는 말이다. 이는 앞으로 수원에 경제 효과가 있는 연구시설이나 생산시설이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말이 된다.
대신 수원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 2조 단위의 예산이 기투입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관광사업으로 발전하기에는 규모나 시설 등이 작고, 뚜렷한 연계 관광상품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근 지방자치단체인 화성이나 오산에 호텔 같은 시설들이 거의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사업차 화성에 방문하는 외국 손님의 90% 이상이 수원에 숙소를 잡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 관광상품을 수원에 한정시키지 말고 수원 중심으로 하되 넓은 지역을 포함한 숙박형 관광상품으로 연구 개발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연과의 교감, 쉼터, 갯벌 이런 것이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화성의 서해안 갯벌을 연계해 수원의 상품으로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경기도의 수부 도시 잇점을 살릴 방안 필요
금융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방향 연구해야
수원은 경기도청이 소재하고 있는 경기도의 중심도시 중에서도 중심도시다. 행정의 중심에 서있고, 많은 관청이 수원에 있다. 도청, 시청, 교육청, 한국은행과 여러 유수 기업들의 도 본부가 수원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원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융 거리를 따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은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금융의 중심은 아니다. 인근 성장권역으로 분류된 화성시가 공장들로 가득 찬다고 하지만 그들의 금융거래가 수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국제금융 시스템이 작용되는 거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과밀지역에서는 해볼 만한 사업이다.
수원이 더 성장하기 위한 세 번째 방안은 굴뚝 사업 유치에 대한 완전한 포기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유치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이 경기 남부의 최대 인문학 도시라는 강점이 있다면 여기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행정을 집중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한국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나 그 혜택은 주로 서울 중심이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뺏어와도 수원에서의 효과는 크다. 수원은 서울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할해 받아올 수 있는 충분한 인문학적 강점도 있으며 소비처도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을 뿐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이재준 시장과 국장들이 주요 기업의 CEO들을 찾아다니며 머리를 조아릴 때, 그 CEO의 범주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CEO도 찾아다닐 필요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비싼 토지가 있어야 하는 굴뚝 사업보다 몇백의 가치가 있는 굴뚝 없는 미래사업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집권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원의 경제는 어렵고 전투비행장 이전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더 수렁에 빠지고 있다. 지금 수원은 더 멀리 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돌파구가 아직 보이지 않는 수원의 2년 성적은 10점 만점에 6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