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출생
문파문학 시 부문 신인상
시낭송가, 동남문학회장, 수원문인협회 사무차장
문파문인협회
제 14회 동남 문학상 수상
문파대표시선 45 외
대지가 품은 자연
꼼지락
꼼지락
겨울을 밀어내는 봄의 발길질
탯줄 끊자
잎이 나고 싹 난 자리
배냇짓 웃음
옹알옹알
재잘 재잘
입봉 터진 꽃들의 향연
단내 나는 열매되어
대지의 품을 찾는다
옷장을 여닫는 계절의 소리
시 읽기 / 윤형돈
도시의 얼굴이 요즘 말이 아니다. ‘마스크 인간’들의 기나긴 행렬로 마치 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리는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바이러스 균의 창궐로 지구의 종말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다. 아무개는 또 몇 번 판정을 받고 지구 병동에 수감될까?
호흡이 있는 자마다 겨울을 이겨낸 ‘봄의 소리’를 찬양해야 마땅하건만, 봄은 바라봄의 법칙에서 왔음을 넌지시 확진해야 하는데, ‘봄봄’에 나오는 점순이는 언제 빨리 키가 커서 혼례를 올릴까도 걱정이고,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은 언제 다시 꿈꾸듯이 오르게 될까? 비발디의 사계 봄 악장도 남녘의 꽃소식도 아직은 흉흉한 소문의 뒷전에서 감감 무소식이다.
그럼에도 시인의 반짝이는 감성이 잠자는 대지를 깨웠다 사랑을 깨웠다 생명을 깨웠다 대지의 노래여, ‘대지가 품은 자연’에 쫑긋 귀를 대고 ‘봄의 소리’를 듣는다. 흙 밑에서 ‘꼼지락 꼼지락’ 겨울의 동토를 밀어내는 봄님의 귀여운 ‘발길질’ 소리에 수족관의 꼼장어가 다 꼬물거린다.
생명의 신비는 ‘탯줄’ 끊고 강보에 누운 아가 잎 새순이 돋아난 자리, 미완의 꽃에도 배꼽이 있다. ‘배냇짓 웃음’ 벙글어 ‘옹알옹알 재잘재잘’ 처음으로 몽우리가 터져 ‘입봉’을 축하하는 ‘꽃들의 향연’이 예저기서 한창이다 꽃들이 만개한 배꼽을 열고 깔깔 거리는 동안 지상엔 수북이 봄의 약동이 움씰거린다.
그때껏 찡그린 도시의 얼굴은 중심의 옆구리가 창에 찔려 와르르 새 잎을 틔워낸다. 상처 아문 자리에 새 봄이 돋고 기대의 지평을 향한 초조함도 사라졌다 그동안 ‘봄의 소리’는 잠근 동산, 봉한 샘, 덮은 우물 안에 있었다. 머지않아 ‘단내 나는 열매되어’ 대지의 어머니 품을 찾아오리라! 단발머리 새내기 봄 똥 같은 계집애들, 올제(내일)를 기다리며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옷장을 여닫는’ 소리 또한 부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