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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땅출판사 ‘백서’ 출간

백서가 백서(白書)가 아니었던 시절
군 독재 시절의 흑암 속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들

▲ 백서, 함문평 지음, 좋은땅출판사, 324쪽, 1만6000원

 

좋은땅출판사가 ‘백서’를 펴냈다.

지금은 5·16, 12·12사건을 말할 때 군사 정변, 쿠데타 용어가 사용되지만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불렀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제야 제대로 된 명칭으로 부르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의 상처는 잔존해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백서는 군 독재 시절을 지나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국무총리실의 사무관, 정보부대 군인, 대통령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품은 이야기는 제각각이나 모두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각 단편은 크게 세 가지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군 독재 시절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으로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백서를 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국무총리실 사무관의 선택을 그린 ‘백서(白書)’, 아웅산 묘지 테러 사건을 다룬 ‘솔’,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하고 사형되기까지의 모습을 묘사한 ‘의인(義人)’, 군부 세력에 의해 압박을 받던 최규하 대통령이 결국 하야를 택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기미정난(己未靖難)’이 해당된다. 실제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군 독재 시절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유형은 군 독재 정권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는 너만 못해서’, ‘뒷모습’이 여기에 해당된다. 독재 정권 시절 군인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군대에 있을 때는 건실한 구성원이었던 주인공이 사회에 나와서는 영 요령 없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민주주의와 자유가 찾아왔음에도 어째서 사회 구성원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인지 그 아이러니가 날카롭게 찔러든다.

세 번째 유형은 군 독재 시절과 다소 거리를 두고 한국 현대사의 다른 면을 조명한다. 물론 역사는 연대별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평해전 전후 상황을 그린 ‘쓰리세븐(777)’과 이름조차 남지 않은 어느 누군가를 기록한 ‘군복(軍服)’이 이 유형에 포함된다. 특히 군복(軍服)에서 주인공이 일본군, 국군, 북한 의용군 총 세 벌의 군복을 입었다는 대목은 식민 지배, 전쟁, 분단 등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잘 드러낸다.

8편의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한국인들의 단면들을 하나씩 나눠 가지고 있다. 그 편린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속 어딘가에 깊숙이 꽂혀 있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시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백서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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