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희 (1970~) 서울 출생 2018 수원문학 시조 부문 신인상 굶주린 서류들이 하루 내내 기웃댄다 퇴근 시간 다가오자 제 순서도 잊은 채 무작정 책상 한구석 비집고 들어온다 다독인 서류뭉치 서랍 속에 밀어 넣자 달리던 초침마저 가다 서다 반복한다 용케도 꿰찬 시간 끝 서랍 문을 다시 연다 매몰된 시간들을 하나둘 일으키며 허기 채운 종이들을 뱉어내는 프린터 빌딩숲 불빛 아래서 눈 그늘이 짙어간다 시 읽기/ 윤형돈 외견상 시인의 전력은 전무하다. 한 지방 문학의 신인상 데뷔가 전부다. 참으로 황당하고 남사스럽고 희한하다. 그럴까? 그게 전부일까? 온갖 군더더기 이력을 제하고 편집하고 분리수거하고 설거지하고 수리적으로 인수 분해한 결과물을 등재했을 뿐이다. 전과와 전력을 빼곡하게 나열하고 진열하기를 선호하는 자는 일시에 전두엽을 강타 당한다. 누구나 지내온 날의 전과와 경력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인생이란 진영 안에서 누구나 수긍할만한 전투를 얼마나 멋지게 수행할 수 있는 있느냐의 잠재 능력이 문제다. 필자가 화두로 삼은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1차원이다 우주 안에 있는 것들이 움직이고 차지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질량이 없는 것은 시
강원도 철원 출생 2016년 한국문단 제 95회 창조문학신문 시조 장원 2017년 한국동시조 등단 제 9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장려상 수상 2017년 수원문학인상 수상 한국문협 수원지부, 열린시학회, 두레문학, 우리詩, 한국문인선교회 회원 당신과 함께 이 길 걸을 때 지상은 천국이 되고 나는 기름을 준비한 신부가 되죠 당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으면 두 손 모으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어떤 날은 꿈에서조차 보이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하는 믿음으로 행복합니다 숨길 수 없는 사랑 날마다 함께하는 꿈을 꿉니다. 시읽기/ 윤형돈 사람에게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기침과 가난과 그리고 사랑이다. 거친 숨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올 때, 궁핍의 실밥이 터져 알궁둥이가 보일 때와 누군가 애틋하게 그리워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때는 굳이 숨기려고 애를 써도 소용없는 일이다.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10개의 근육이 움직이고, 숨을 내쉴 때는 8개의 근육이 사용된다고 한다. 사랑할 때 사용되는 숨과 근육은 아마도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의 총화일진대, 그것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내쉬는 과정만큼이나 생명의 영위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시편의 마지막 장 15
강원도 강릉 출생 동국대 불교학과 <유심> 주간 불교 언론인으로 불교신문 논설위원 ‘내년에 사는 법‘ ’책 만드는 집‘ 단시조집 ’고마운 아침‘ 하늘은 구름이 지나가야 보이고요 바람은 나무가 흔들려야 보이지요 사람은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지요 시 읽기/ 윤형돈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간다.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원수지간이라도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는 달이기를 빌어본다. 가난한 마음의 빈집으로 유리방황하는 자들에게 오월은 유용한 방편方便이 된다. 가까운 정원에 나서면 새 순이 잎을 달고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하늘색 꽃을 달고 밑을 향해 달리는 하늘매발톱도 신기하거니와 앙증맞은 분홍의 상록패랭이도 귀엽다. 무늬옥잠화, 제비붓꽃, 미스김라일락, 그 중에 열녀목은 수직으로 솟구쳐 교회당 첨탑과 하늘바라기 경쟁을 벌인다. 이렇게 좋은 호시절에 지구인들의 공동선共同善은 무엇일까? 마음의 눈을 뜨고 지혜의 경전과도 같은 시 한 편을 읽는다. 한편, 나에게 오월은 실로 오랜만에 벼르고 벼르던 임플란트(implant)를 심는 고통의 축제기간이다. 잔인한 4월에 시작해서 7월에
경남 부산 출생 한국문예, 한국시사랑문학회, 청계문학, 문예춘추 등에서 활동 시집: ‘꽃술 하모니’ ‘아름다운 말꽃’ 한국시문학대상, 청계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무원문학상 수상 민들레 꽃씨 동그란 가벼움에 대하여 배내옷 젖 냄새에 스미는 어린 생명의 숨결 품에 안긴 아이 지그시 바라보는 오월어미의 속삭임. “오오, 영감이여, 딱따구리 나무를 쪼는 지혜의 딸이여“ 시 읽기/ 윤형돈 산책로를 따라 집 앞 공원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샛노란 생명체들이 있다. 낮게 아주 낮게 앙증스레 피어있는‘민들레’다 여러해살이 풀이며 아무리 밟혀도 밟히지 않는 강인한 속성을 지녔기에 세인들은 곧잘 일편단심 민들레라 부른다. 민들 민들한 오월 햇살이 초록 들판을 애무할 때도 저들은 발아래서 지금 전 우주를 들썩이게 하는‘방탄소년단’처럼 아주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 ‘민들레 꽃씨’는 동그란 소우주의 형상을 띠고 우리에게 가녀린 잔영이나 과거의 애잔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너무 가벼워 날아가기 쉽고 너무 나약해 상처받기 쉬운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표현은 민들레에 대한 잔혹한 무엄無嚴이 아닐 수 없다. 서양민들레, 좀민들레, 흰민들
전남 해남출생 경기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동시집: ‘손가락 열쇠’ ‘개구쟁이 구름나라’ ‘벌렁벌렁 고릴라 콧구멍’ 그림동화: ‘자봉이의 나눔 일기’ 시집: ‘아버지의 거울’ 저서: ‘누구나 쉽게 배우는 동화구연 이론과 실제’ 한국 스토리 문학 대상, 대한민국 동화 구연가 대상, 재능시낭송가 수상 아동문학가, 동화구연가, 시낭송가로 활동 중 서녘은 별이 없다 염전 바닥 오로라 꽃잎처럼 피었다가 서해로 뚝 떨어져버렸다 시 읽기/ 윤형돈 시인의 이름은 피천득의 아호인 ‘금아’다. 금세 아이 하나가 튀어나와 까르르 웃고 갈 것만 같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 속을 꿈꾸듯이 누비는 동화 구연가요, 동시대의 어른들에겐 치유와 위로의 시낭송가로 회자膾炙된다. 비밀 번호만 누르면 ‘쓰리릭’ 열리는 대문처럼 자신도 엄마 마음에 들어가고 싶다는 ‘손가락 열쇠’라든지 ‘우리 반 선생님 / 벌렁벌렁 납작코 / 고릴라 콧구멍’과 같은 동심의 소재가 윤금아 시인의 저력이다. 아무리 긴 장문의 시라도 척척 외워서 조곤조곤 풍부한 감상으로 객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걸 보면 시인의 가슴 안엔 언제나 생동감 있는 시상詩想의 샘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창 너머로 바
윤수천(1942~) 충북 영동 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당선 75년 소년중앙문학상 동시 당선 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문단 데뷔 저서: ‘꺼벙이 억수,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고래를 그리는 아이, 내 짝은 고릴라, 나쁜 엄마, 담구멍 친구 할래요?’ 등 80여권과 동시집: ‘아기 넝쿨’, ‘겨울 숲’, 시집: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수상 수원 지동은 바람도 가난뱅이들만 찾아든다 풀도 서러운 풀들만 모여 살고 달도 외로운 달만 뜬다 시 읽기/ 윤형돈 동화작가로 더 잘 알려진 윤수천님은 수원의 대표적인 문학계 명사名士이시다. 꺼벙이 씨리즈 외 80여 편의 작품을 줄줄이 지어내시면서 몇몇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 것은 물론이고 평소 그분의 지론대로 쉽고 편하고 재밌게 읽히는 작품들로 많은 사랑과 감동을 주고 계신 분이다. 동화를 주로 쓰지만, 간간히 ‘빈 주머니는 따뜻하다’와 같은 짤막한 잠언의 시들도 발표하면서 후진들의 ‘영원한 소년‘으로 살고 계신다. 수원지동은 그 분이 현재 거처하고 계신 곳이다 집 담벼락엔 대표작인 꺼벙이 만화 일부도 그려져 있고 그야말로 수원통닭에 버금가는 투어 관광
경북 경주 출생 2017 샘터상 시조부문에서 ‘목련’ 당선 K-하이쿠 한국작가 2019 ‘넉줄시’ 동인지 ‘네박자 춤’ 펴냄 경주 ‘시 뜨락’ 동인으로 활동 중. 그리움 당신 뒤에서 돌아 돌아 우는 강 시 읽기 / 윤형돈 최근에 나는 소위 ‘넉줄시’ 동인이 발간한 ‘4박자 춤’을 읽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느닷없이 강타당한 전두엽前頭葉의 아찔한 느낌 같은 것이다. 풀꽃시인 나태주님을 중심으로 지방에 농막을 짓고 詩농사를 짓는 분들의 일대 거사이다. 그야말로 짧은 시로 풀어낸 찰나의 단상이다 ‘화살기도’란 말처럼 순간의 단상을 기도로 옮기듯 찰나의 직관을 15자 이내로 적은 것이다. 미상불, 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시대에는 간단하고 짧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내 손 안에 ‘손바닥 시’가 필요하다 예수님도 남에게 보이려고 ‘중언부언 기도하지 말라‘고 하셨다. 외식外飾하는 자의 위선과 가식을 꾸짖은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시조 형식 가운데서 종장만을 떼어내어 거기에 질서와 특성을 가미한다. 종장의 3,5,4,3을 한 줄로 세우지 않고 넉 줄로 만들어 글자 수를 맞추어 시를 짓는 것이다. 이쯤 되면 방만한 언어들에 대한 역발상 도전이요, 분리수거의 정수라고 말
정유광(1955~) 수원출생 현대시선 2015년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창조문학신문 시조부문 신인상, 한국문단 백일장 차상 국제문학 신인 작가상, 글로벌 지도자상 수상, 두레문학 시집 ‘널 사랑했나봐’, 희망의 시인세상 제 3집 참여, 제 10회 전국시조백일장 대상 수상, 서울특별시 문학발전 공로상, 2018 대한교육신문 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시조집: ‘가슴에 품은 꽃’ ‘가슴에 묻은 진주’ 현 수원문인협회 부회장 해가 녹슨 바퀴를 굴리며 호수 위를 지난다 갈대는 긴 목을 깊이 숙이고 갈바람은 길섶에 붉은 불을 지핀다 나는 눈을 뜨고 떠봐도 얼굴이 뜨겁다 어둠은 지팡이를 짚고 쓰러지듯 밀려온다 시 읽기/ 윤형돈 해질 무렵 홀린 듯 동구 밖을 나서던 유년의 기억이 새롭다. 불거지처럼 붉은 노을 풍경에 어린 넋을 앗기던 시절은 바람 머문 들녘에 저녁밥 짓는 연기가 초가지붕 굴뚝에서 나왔다 석양의 황홀함과 처연함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 어느 감성적인 시인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로 읽힌다. 황혼이 깃 들면 거미줄에 걸린 노을이 애처로운 까닭을 그 때는 왜 몰랐을까? 노인과 노을은 황혼을 닮았다 ‘녹슨 바퀴를 굴리며’ 호수 위를 지나는 저녁 해, 호수에 얼비
김학주(1964~) 경기도 수원출생 월간 한울문학 신인상 시부문 수상 한국문협 수원지부 회원 시집: ‘사랑별을 산에서 만났습니다‘ ’사랑별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사랑별 다방‘ ▲ 이원규 시인과 황백조 시인의 결혼식 사진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못난 모습만 보이고 당신 가슴에 박은 슾픈 대못이 몇 개나 되는지 당신이 잠든 사이 과거를 빌며 하나씩 빼낼 때마다 미어지는 울음조차 토해낼 수 없어 이래저래 한恨 인데 당신은 얼마나 바보 같은 용서의 마음을 가졌길래 그토록 웃으며 잠을 자는 지 낮에도 그렇게 웃기만 하더니 말입니다. 시 읽기/ 윤형돈 ‘아내 2‘란 시 제목을 보면, 전에 벌써 ’아내 1‘을 지었고 앞으로도 계속 3, 4, 5.. 속편이 쓰 여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내라는 말, 개인에 따라서는 익숙해서 낯설고, 함께 라서 다른 여운으로 들리기도 한다. 얼핏 예전에 지독하게 낮은 저음의 가수가 부르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기억한다.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지그시 눈을 감은 구구절절한 가사가 지금은 왜 그리도 우스꽝스러운 엄숙주의로 들리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허다한 죄 많은 남편들에겐 영원히 부를 찬송 제목이
최미란(1969~) 충북 진천 출생 현대시선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바람 머문 자리 신인문학상 시부문 등단 바람 머문 자리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수원지부 회원 시집: ‘마음 시선’, ‘그땐 몰랐다’ 한 겹을 쌓으면 두 겹을 쌓을 수 있고 하나를 잃을 수 있으면 둘 또한 잃을 수 있으리 버리는 것은 누군가 선택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지만 잃어간다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의든 타의든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거지 아프지만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위로하면서 시 읽기/ 윤형돈 벚꽃 만개한 산책길이 시람들로 인산인해다 어슬렁거리며 한가로이 가볍게 거닐어야 할 산책로가 구름떼 관중으로 아뜩하다 허공에서 손짓하며 날 부르는 ‘벚꽃 엔딩’ 노래도 좋고 다정한 연인과 손잡고 걷는 길이 우리 좋은 젊은 날, 화양연화華陽年華의 진풍경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도처에서 최미란 시인의 ‘산책’을 부른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꽃샘바람에 더친 상심傷心 때문일까 희뿌연 미세먼지가 앞을 가리고 적개敵愾의 눈초리가 등골을 잡아 다닌다. 이러 날은 시인이 아닌 스인, 즉 ‘스치는 사람’으로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임병호(1947~)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원적은 화성시 마도면 금당리 1964년부터 화홍시단 ‘시향’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경기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역임 <한국시학> 발행인, 국제 주간 펴낸 시집은 ‘환생, 신의 거주지, 단풍제, 적군묘지’ 등 18권에 이름 오늘 하루도 산야에서 짐승처럼 달렸습니다 사람들과 맞서 이겼으며 마음도, 몸도, 두 다리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오면 하냥 삼삼합니다 세월교歲月橋를 건너 그 아늑한 산골짜기 보금자리로 지금 꿈결 걷듯 돌아갑니다 시 읽기/ 윤형돈 오늘 하루도 산야에서, 이 세상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이란 진영 안에서 ‘짐승처럼 달렸습니다.’ 말 못하고 쫓기는 마소馬牛가 되지 않기 위하여 상사의 오만가지 갑질을 다 견디며 생계를 벌기 위하여 그 잘난 승진을 위하여 우직하니 피눈물 나도록 달렸습니다. 하루치의 일당을 벌기 위한 생존경쟁과 새벽 네 시의 일자리 찾는 약육강식은 차라리 즐거운 생의 이명耳鳴으로 듣겠습니다. 생성, 발전, 소멸의 등식은 진화론자에게 맡겨버리고, 때로는 형이상학적으로 선한 싸움 다 싸우고 개선하면 의義의 면류관을 수여받고 바야흐로 나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오래전에 귀에 익은
김영주(1959~) 경기도 수원 출생 2009 <유심>으로 등단 2012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유심> 시조 동인 중앙시조신인상 수상 시집: ‘미안하다, 달’ “시인이 될라카믄 미쳐라 미쳐야 한다” “선생님, 바람이 차요, 그만 들어가세요” “아니다, 내 달 보러 안 나왔나” 달처럼 따라 오신다 시 읽기/ 윤형돈 시인은 많지만, 시인은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요, 시인을 위한 나라도 없다 모두가 시인할 때, 아니라고 부인하는 자도 없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기는 쉬우나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자는 드물다. 그럼 이런 가설이 통한다. 당신이 존경할 만한 시인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어딘가에 지금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도 그늘진 곳에서 혼자 외롭게 유서를 쓰듯 시를 쓰며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매양, 답답함과 괴로움을 안겨주며 중언부언 선무당처럼 주문을 외는가 하면, 욕설이나 말장난, 잡배들의 장타령처럼 난삽하고 술 취한 자의 주정처럼 거친 푸념과 넋두리로 일관한다면, 이것은 분명 자유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무분별한 모방행위 탓이다 고매한 시정신의 상실은 청렬淸冽하고 고결한 선비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