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름이다.
기억하는 몇 번의 여름이 지나왔을까.
어떨 때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은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여름이 좋았다.
여름에게는 젊은 냄새가 난다.
풀벌레조차 짝짓기하는 여름에는
연두 연두 하던 것들이 초록 초록해지며 어른이 되어 간다.

생각해보니 여름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계절이다.
불끈 솟은 근육들 위로 땀방울이 흘러내리며 찬물을 찾는 계절!
여름의 한복판에 서서 목청껏 소리 지르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즈음에는 이사도 자주 갔다.
돈 버는 것에 재주가 없어 싼 곳만 찾아다니며 이사를 밥 먹듯이 했다.
낯에는 더울 것 같아, 아침 일찍 이삿짐을 옮겼다.
짐이라고 해봐야!
고작 책 몇 권에 책상 하나뿐이다.
그리고 콩국수를 시켜 먹었다.
더 어릴 적에 사촌 형이 사주었던 콩국수는 너무 맛이 없어서 버릴 지경이었는데.
사무실 옮기던 날 먹었던 콩국수는 내 마음 쓰림과 달리 맛이 있었다.
사노라면 입맛도 바뀐다더니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인지 콩국수가 먹을만하다.
그해 여름에 사진 찍는 법을 조금 알게 됐다.
눈으로 찍고
마음으로 열어보고
카메라로 찍는 사진
제대로 찍힐 리가 없지만 열심히 찍어봤다.
돈을 잘 버는 서방도 아닌데 끔찍하게 나를 챙기는 마누라가 빚내서 사준 카메라는
사진을 수도 없이 찍었다.
온갖 것을 찍었다.
사진찍기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늘었다.
프로 작가들처럼 여름의 눈물을 찍고 싶었는데
찍히는 것은 싱그러움과 시원함 뿐이었다.
너무 더워서 마음속에서 원했던 시원함이 주로 찍혔다.
삼복 여름에 신발이 해질 정도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먹을 게 없어 더위를 먹었다.
부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간 조용한 집에
여름을 이불 삼아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봤다.
매미 소리처럼 속이 울렁거리지만, 아무도 없는 고요함에 평온하다.
날은 더웠지만, 선풍기 바람이 머리를 스칠 때마다 청량감이 든다.
약도 없이 더위 먹은 삼복을 버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