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 등록 2024.04.02 12: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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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종환

충북 청주출생

시인, 정치인
 
 
 
             축   복
 
                 도 종환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져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므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내 팽개치고 굴 속에 가둔것도
생각해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시대가 다 참혹 하였건늘
 
거인같은. 바위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이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박종순 기자 escape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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