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정희
- 1947. 5. 25. 전라남도 보성출생
-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 박사
- 1969년 월간문학 시 '불면', '하늘' 당선
- 수상
- 2023년 김동명문학상
- 2015년 목월문학상
파꽃길
문정희
흰 파꽃이 피는 여름이 되면
바닷가 명교리(明敎里)에 가 보리라
조금만 스치어도
슬픔처럼 코끝을 건드리는
파꽃 냄새를 따라가면
이 세상 끝에 닿는다는 명교리에 가서
내 이름 부르는 바다를 만나리라
어린 시절 오줌을 싸서
소금을 받으러 가다 넘어진 바위
내 수치와 슬픔 위에
은빛 소금을 뿌리던 외가 식구들
이제는 모두 돌아가고 없지만
서걱이는 모래톱 속에 손을 넣으면
차가운 눈물샘은 여전히 솟으리니
조금만 스치어도
슬픔처럼 코끝을 건드리는
파꽃 냄새를 따라가서
그리운 키를 쓰고 소금을 받으리라
넘실대는 여름바다에
푸른 추억의 날개를 달아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