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꽃 / 김 영 희

  • 등록 2020.12.01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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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희(1969~)

전남 해남

서울 디지털대 상담심리학과

2015년 청일문학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청일문학 및 수원문학 편집주간 역임

수원문인협회 시분과 차장

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 수상

 

 

엄마 얼굴에 핀 검은 꽃

가뭄에 잉어 비늘 같은

 

주름진 굳은 가지 끝

뱀 허물 같은 꽃잎들

햇빛과 각 세우지 않고

동행한 발자국

여든 넘어 핀

깊고 선명한 훈장

 

귀.

성한 데가 하나 없다며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자 하는 말

 

영희야, 검버섯 지운 거 어디 없다냐?

저승꽃 지우는 거 좀 찾아봐라잉

 

 

시 읽기/ 윤 형 돈

 

나태주의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지만, 시인의 ‘엄마 얼굴에 핀 검은 꽃’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밉기만 하다. ‘검은 꽃’의 실체는 노화의 증거로 핀 검버섯으로 ‘잉어비늘, 뱀허물, 발자국, 훈장, 저승꽃’ 등의 은어로 대치되고 있다.

 

왜 하필 ‘가뭄에 잉어비늘’이라고 했을까? 잉어는 회복기의 환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지만 이제는 산고의 자식들에게 다 소진하고 형해의 비늘만 남았다. ‘주름진 굳은’ 거무스름한 얼룩은 햇빛에 오랫동안 노출된 노동의 흔적이요, 참고 또 참으신 모정의 세월에서 생겨난 인고의 반점이리라! 평생을 자식 위해 헌신하셨으니 공로가 뚜렷한 녹슬지 않는 ‘깊고 선명한’ 모범 훈장을 드려도 부족하겠다.

 

‘눈, 코, 귀’는 물론이고 어디 ‘성한 데가 하나 없다’는 혼잣말처럼 인생이란 진영 안에서 선한 싸움 다 싸우고 승리의 월계관을 쓰셔야 할 엉겅퀴의 꽃, 어머니!

 

신은 어디에나 함께 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 바로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어머니의 얼굴에 핀 ‘저승꽃’이 사무치게 밉고 안타깝다.

 

생전의 불효를 뒤늦게야 만시지탄 통회하고 자복한들 그 분 돌아가시면 다 소용없는 노릇 아닌가. 어머니는 인류가 입술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어느 시인은 히말라야에서 천애의 절벽으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흐느끼고 울먹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방은 늘 지하 토굴처럼 차갑고 어두웠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당신의 손등은 마를 날이 없는 구도자의 것이었다. 어둠에 익숙한 그 분은 한 밤중에 한 시간 늘 깨어 기도하는 몸짓으로 허리를 기울이셨다. 그럼에도 불효자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대못이었다.

 

한평생을 ‘자식’이라는 대못에 박혀 피 흘리고 사신 어머니, 무릎 관절 다 훼손되고 마모되어 유모차를 밀고 노후를 지탱하던 어머니, 어머니는 우리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의 존재이기 때문에 이 땅의 모든 어머니는 영원히 늙지 않는다. 어머니, 당신의 사랑스러운 ‘미운 꽃’을 생각하며 이승의 먼발치에서 불효자는 웁니다!

 

 

박종순 기자 escape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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