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랩이 삶의 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서정시집 ‘새가 날아간 곳에 섬이 있네’를 출간했다.
▲ 새가 날아간 곳에 섬이 있네, 서춘성 지음, 224쪽, 1만4000원
시인은 흘러간 것들과 부서진 기억들에 조용히 말을 건네며, 그것들을 다시 하나하나 주워 모아 독자 앞에 내놓는다.
이 시집은 ‘삶과 그물’, ‘사랑과 그리움’, ‘길과 기억’, ‘섬과 바람’, ‘회복과 잎’ 등 다섯 개의 시적 흐름으로 구성됐으며, 삶의 한순간들이 지닌 무게와 공허함,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인간의 내면을 정갈하고 섬세한 언어로 담아냈다.
무언가를 잡으려 애쓰는 사이 더 많은 것을 놓치고 마는 삶의 아이러니. 시인은 그 부재의 감촉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온기를 발견해낸다. 시 한 편 한 편은 바람처럼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붙잡아 시로 길들이는 작업이며, 놓쳐버린 순간에 대한 고백이자 사색이다.
특히 ‘자위적 회복’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상실을 안고 다시 꿰매며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조명하는 시편들은 일상의 균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작고 단단한 희망을 노래한다. 삶을 ‘소유의 기록’이 아닌 ‘놓침의 기록’으로 보는 시인의 관점은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저자 서춘성 시인은 순천 출신으로, ‘문학세계’와 ‘창작산맥’으로 등단했으며,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친 후 꾸준히 문학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슬픔은 날개로부터’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도 삶과 자연, 기억과 상처를 향한 그의 깊은 시적 통찰이 이어진다. 문학세계문인회와 창작산맥문인회 정회원이며, 다수의 문학상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새가 날아간 곳에 섬이 있네’는 그 자체로 잃어버린 것들의 지도이자, 우리 모두의 어딘가에 있을 ‘섬’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도 한 마리 새가 날아간 흔적이 있다면 이 책이 조용히 위로가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