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1959~)
경기도 수원 출생
2009 <유심>으로 등단
2012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유심> 시조 동인
중앙시조신인상 수상
시집: ‘미안하다, 달’
“시인이 될라카믄 미쳐라 미쳐야 한다”
“선생님, 바람이 차요, 그만 들어가세요”
“아니다, 내 달 보러 안 나왔나”
달처럼 따라 오신다
시 읽기/ 윤형돈
시인은 많지만, 시인은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요, 시인을 위한 나라도 없다 모두가 시인할 때, 아니라고 부인하는 자도 없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기는 쉬우나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자는 드물다. 그럼 이런 가설이 통한다. 당신이 존경할 만한 시인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어딘가에 지금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도 그늘진 곳에서 혼자 외롭게 유서를 쓰듯 시를 쓰며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매양, 답답함과 괴로움을 안겨주며 중언부언 선무당처럼 주문을 외는가 하면, 욕설이나 말장난, 잡배들의 장타령처럼 난삽하고 술 취한 자의 주정처럼 거친 푸념과 넋두리로 일관한다면, 이것은 분명 자유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무분별한 모방행위 탓이다 고매한 시정신의 상실은 청렬淸冽하고 고결한 선비정신의 부재를 가져왔다 자고로 시인 반열에 오르려는 자들은, 시의 위의威儀를 회복하고 문학의 본령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시 생각’으로 몸부림치고 골몰하는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날, 나의 ‘흰 바람벽’에 무심코 써 붙인 8가지 사항은 독자들이 시인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다.
“위로해 달라, 즐겁게 해 달라, 슬프게 해 달라, 감동시켜 달라, 꿈을 꾸게 해 달라, 전율시켜 달라, 울게 해 달라, 생각하게 해 달라” 글쎄, 여기에 대해 나는 족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겨우 겨우 영주 시인이 또 한 번 타박할 정도로 한마디 한다. “미안하다, 달”
천부적 수사와 우주적 상상력으로 시조 분야의 위업을 이루신 스승이 새끼 제자에게 ‘시 쓰기’의 화두를 우레처럼 일갈하신다. ‘미쳐라, 미쳐야 한다‘ 무슨 일에든 열정과 광기로 미치도록 하지 않으면 소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다(不狂不及)는 것. 독보적 경지에 올라 자기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송곳으로 제 귀를 찌르고, 도끼로 제 머리를 내려칠 만큼 엽기적인 파행 노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시제목인 ’삼오야서‘는 김천시에 있는 생전에 정완영 선생이 시조 운율을 다듬고 매만지시던 書室 이름이다. 이미 슬픈 ’조국‘의 현실을 가얏고(거문고)에 빗대 절묘하게 노래한 스승은 거친 들판에 ’시조의 농막(野墅)‘을 지으시고 오직 시조만을 위해 순교자적인 외길 인생을 살다 가신 분이렷다! 특히 ’시조는 말로만 쓰는 시가 아니라 말과 말의 행간行間에 침묵을 더 많이 심어두는 시‘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백번 수용하고, 평소 조곤조곤 ’생각하는 시‘를 쓰며 뼈 속까지 제자였던 김영주 시인과 주고받은 대화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어 달처럼 우리를 따라온다. “선생님, 바람이 차요, 그만 들어가세요” “아니다, 내 달 보러 안 나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