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요구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시대공감’이다”라며 말의 포문을 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3월 27일 오후 2시,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청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자랑과 말을 2시간 가까이했다. 그러나 내용이나 실속이 있는 기자회견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답변 모습
청년일자리 문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이 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였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 김 지사는 “일자리를 늘리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고용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고용 문제를 보면 ‘과잉근로’와 ‘과소고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과잉근로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서 근로 시간만을 유연하게 하려고 있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김 지사는 “노동의 문제에 있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정성이 이다. 노동시간 대비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 주에 일본과 미국에 출장을 간다. 외자유치를 위한 것도 있고 보안 때문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막바지에 이른 투자협상을 마무리 지으러 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기도의 청년들을 외국에 보내는 프로그램도 올해 말까지 선보일 생각 이다”고 말하며 노동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영화 '다음 소희'를 봤다며 말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복지 분야
김동연 지사는 청년복지 문제와 관련 우리 시대의 문제작 “영화 ‘다음 소희’를 봤다”며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청년 500만원 대출과 면접 수당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가급적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 소희’가 안 나오려면 사회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사회작동원리를 만든 것은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이다. 사회구조와 정치구조 그리고 경제작동원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아픔인 동일 시간과 장소에서 동일 노동을 하지만 현격히 차이 나는 급여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특히 국제노동기구가 최악의 고용형태라고 지적하고 있는 콜센터 상담직원 같은 무기파견계약직 문제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방안은 언급조차 없었다. 다만 다음 소희 감상평은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신 김 지사는 “우리 경기도 청년들이 어학연수나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비용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장사나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청년창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지사는 청년들에게 경기도에서는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늘려나가 취업의 기회를 넓혀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둥글게, 둥글게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반도체 인력양성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반도체 문제
경기도에 집중되고 있는 반도체 관련 사업은 삼성과 SK가 용인, 화성, 이천을 중심으로 벨트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연 지사는 “현재의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으로 봐서는 인력충원 자체가 어렵다”고 운을 떼며 “엠바고가 걸려 있어 다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기도가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산업(이하 소부장)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일부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말하지만 경기도는 결이 다르다. 지난 일본의 소부장 수출규제로 인해 역으로 우리 소부장산업이 많이 발전했다. 경기도의 소부장 산업도 성장의 계기가 됐으며 경기도가 지원하는 만큼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반도체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인력양성 문제와 관련, 삼성 등에서 경기도를 제외하고 울산과 광주 등에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전문학교 설립과 투자 등을 약속했다. 때문에 경기도에서는 반도체 인력양성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에도 김 지사는 어떤 방법으로 경기도에 필요한 반도제 인력을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제시가 없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사의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사의 원칙은 안정성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귀를 쫑긋하고 있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 김 지사는 “발탁도 중요하고, 서열도 중요하다. 먼저 서열을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적재에 적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필요한 것은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서열을 떠나 자리에 맞는 사람이 있다면 발탁도 하겠다. 무엇보다 인사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것이 소신이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최근의 정치는 양당이 둘로 갈라져 극으로 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리스크와 관련해 당당하게 스스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관계없이 민생, 기후, 외교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지금 이탈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동계스포츠 종목 중에 쇼트트랙이 있다. 쇼트트랙 경기 중 추월하기가 용이한 때가 코너를 돌 때, 이때 기회가 생긴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코너를 돌고 있는 때다”고 말했다.
한편, 김 지사는 기자들과 장장 두 시간에 걸친 ‘프리토크’를 이어갔으나 자신의 임팩트 있는 공약에 대한 설명이나 언급은 거의 없었다. 지난 2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변인단이 지적한 “전임지사의 공약에 얹어가기”라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경기도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김동연 경기지사만의 색깔 있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