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젊었을 때, 가끔 놀러 가보았던 춘천이 불렀다. 그리고 소양강 처녀는 여전히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카메라를 챙겨 춘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춘천으로 가기 전날, 화성의 정치인들에 대한 공연한 짜증과 화가 났다.
최근 화성시는 인구가 100만이라며 특례시 진입에 대해 자화자찬하며 도심 곳곳에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시의 집행부와 의회는 특례시 진입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화성시는 아직 특례시라고 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외도 아니고 국내에 있는 고작 춘천 가는 방법이 화성에는 없었기 때문에 더 찌증이 났다. 지방자치 20년이 훨씬 넘도록 화성시 정치인들은 그저 표만 얻어가고,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뭐 했나 싶었다.
화성에서 내 차를 이용하지 않고 춘천에 가려면 먼저 수원으로 나가거나 오산으로 가야 한다. 그 이유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없기 때문이다. 시의 일 년 예산이 수원보다 높고, 오산보다는 아득히 높다고 자랑하면서 화성이 잘산다는 말을 지겨워지도록 하지만 정작 시외버스터미널 하나조차 없는 도시가 화성이다. 화성시의 재정자립도가 경기도 1위라고 자랑하면서 화성시가 최고라는 정치인 주도의 세뇌는 화성시의 절대적인 사회간접자본 부족을 감추는 단어들이다. 이는 마치 현실감 떨어지는 중국인이 한국은 중국보다 현격히 못산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전경만의 세상이야기>
화성시 정치인들이 지방자치 20년이 넘도록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LH가 거대도시를 만들고 도로를 깔아주는 것 이외에 화성시가 주도적으로 도시 정비를 위해 무엇을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10여 년 전인 민선 6기 시절에 대대적으로 제부도 정비를 했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없다. 그 당시에도 제부도 정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때 정비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부도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화성시가 갖은 핑계를 대며 주도적으로 도시 정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기도 내에서도 유명한 일이지만 근래에는 더한 것 같다. 내 차가 없으면 남의 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창피함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의 민망함은 화성시 곳곳에 널려 있다.
도시 전체적으로 너저분한 환경에 대해 행정은 수년간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보건 환경측면에서 본다면 거의 낙제 수준이다. 면적이 넓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보도처럼 써먹으며 방관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화성시 곳곳에 새로 만들어진 신도시 중간, 중간 미분양된 토지에는 쓰레기가 사시사철 잡풀과 함께 뒹굴고 있다. 시청 근처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와 건물들이 잔뜩 들어선 시청 인근의 미분양된 토지 위에는 역겨운 냄새까지 풍기는 오물들이 많다. 시청이 소재하고 있는 남양이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오죽하랴! 봉담, 태안지구 병점 등 소형 신도시가 만들어진 빈 땅은 거의 예외 없이 쓰레기와 잡풀들의 천국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도시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최근 다녀온 여행지 어디를 보아도 화성시처럼 너저분한 도시는 없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행객들이 들락거려 지저분할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깨끗하다. 그리고 여름에 다녀온 진도의 이름 모를 작은 버스 승차장은 외관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깨끗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마치 일본의 농촌을 연상시킬 정도로 도시가 깨끗했다. 인구 천만이 산다는 서울만 가도 깨끗함 그 자체다. 그런데 화성만 아니라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화성시의 사회간접자본 현실에 대해 정치인들만 탓할 일은 아니지만, 시외버스터미널조차 없는 인구 100만 특례시 그리고 화성시의 자존심이라는 삼천병마로에 사람이 걸어갈 수 없는 인도조차 없는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이 보타닉가든은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