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우리는 지금 국제질서의 격동기 한가운데 서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구조적 대립으로 고착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안보 질서를 흔들었다.
◀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쟁기념사업회 정책자문위원
박복현 박사
중동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으며,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 안보 위기는 한반도 평화 구상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묻게 만든다. 이 격랑 속에서 한반도 평화는 과연 가능한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단순한 분단 상태를 넘어, 세계적 전략 구도의 교차점에 있다. 평화는 선언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의지, 실용적 전략,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실행 체계를 통해 구축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그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러한 전환기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공식 내정되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전략팀이 사실상 완성되어가고 있다.
특히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현 전 유엔대사는 국제기구 및 다자외교 경험이 풍부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또한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군사·정치 사이의 균형감각을 갖춘 실무형 인사로 평가받는다.
실용 외교와 국민 안보를 병행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 일관성과 평화 프로세스의 재설계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단발적 대응으로는 통제되지 않는다.
긴장관리뿐 아니라 구조적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대화의 단절은 오히려 위기의 일상화를 낳고, 상대방의 강경 노선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조건 없는 채널 유지’, ‘위기 시 군사 핫라인 복원’, ‘국제 사회와 연계한 다자 접근’이 핵심이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이 동북아 전체를 강대국 게임의 무대로 만들고 있는 지금, 한국은 균형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한 진영에 과도하게 기울기보다는, 국익 중심의 유연한 외교 지형을 만들어야 하며, 그 중심에 외교부와 국방부의 전략 조율이 자리해야 한다.
이는 단지 외교 노선의 문제를 넘어, 반도체·에너지·공급망 등 경제안보까지 아우르는 국가 전략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DMZ는 여전히 분단의 상징이자 대치의 현장이지만, 동시에 평화 체제 실현을 위한 테스트베드다. 생태·문화·기술이 융합된 ‘미래지향적 DMZ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전략적 리더십과 일관된 평화의지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제도와 관행, 시민사회의 동참 속에서 스스로 지켜지는 상태다.
이제 공은 한국 정부에 넘어왔다. 새롭게 구성되는 외교안보 라인이 ‘안보는 견고하게, 외교는 유연하게, 평화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정책과 실행을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가능하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 실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