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 전남출생
백석대학교 기독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2018년 <착각의 시학> 봄호 시부문 등단
은행나무숲 상담소장
시치료 전문가
수원문인협회 회원
피라미가 하늘 향해 솟구치며
물의 문을 연다
빗방울 소리 같은 파문을
큰 저수지가 듣는다
흰 배를 내보이는 피라미의 파문
지구를 흔들 거다.
시 읽기/ 윤 형 돈
문득 이 시를 읽고 있노라니 쇠락하는 마음에 심심파적이 온다. ‘파적破寂’은 적막을 깨뜨리고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다. 무념무상은 적요의 고요를 부르지만, 물 밖으로 솟구치는 피라미의 요동은 그 파장의 비상이 삽상하다. 피라미가 물 밖으로 솟구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소부족이나 물 위를 날아다니는 날벌레를 낚아채기 위한 단순 구도는 아닐 것이다. 단순한 물결의 흔들림이 아니라 시인에겐 지구가 흔들리는 거대한 충격파로 다가온다.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물 위의 파문은 버들잎이 만든 버들치의 파문과도 같다. 물 주름은 사라진다 해도 파고波高의 여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시인은 <비와 라면의 관계>에서 쓸쓸함의 무게가 사발에 가득 담기는 정경을 보았다. 관조의 수심이 깊어지면 ‘물 위를 걷는 여자’의 지경에 당도하리라.
안성에 가면 미리내 성지와 이 시의 제목인 <고삼 저수지>가 있다. 달빛 아래 흐르는 은하수라는 이름의 미리내 성지에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순교 터가 있다. 수심이 얕은 세상사의 파고에 일희일비하는 인간 군상들, 저수지나 하천 중류의 여울부에 무리지어 서식하던 피라미 떼 중 어느 날 갑자기 한 마리가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는 이유를 형이상학적인 근거에서 찾기로 했다.
무언가를 추구하다 날마다 좌절하고 쇠락하는 마음에 수시로 심심파적을 느끼는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파랑주의보’, 즉 하늘의 묵시 같은 것 말이다. ‘빗방울 소리 같은 파문’은 큰 저수지가 듣고 ‘흰 배를 내보이는 피라미의 파문’에 잠자던 지구가 깨어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