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편견을 고발하는 영화 ‘범죄소년’

  • 등록 2017.11.23 13: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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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뷰 Movie Recall>

학교라는 울타리 밖의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따뜻하게


영화 범죄소년은 학교밖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아이들은 늘 보호받고 있다. 조금 힘들어도 학교에 가면 교과서에 급식 그리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준비물까지 학교에서 무상으로 공급해주고 있다.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어도 학교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주는 보호 장치는 청소년들의 삶의 기본권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부모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지지해 주는 또 다른 보호 장치다. 그러나 부모가 없는 아이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언제든지 삐져나올 수 있다. 경찰서 안에서, 혹은 법원에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운명은 제3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영화 범죄소년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어느 소년의 이야기다. 죽음이 코앞에 놓인 할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던 장지구(서영주)는 친구들과 어울려 빈집털이를 하다 경찰에 잡혀간다. 함께 범죄를 저질렀던 친구들은 모두 부모가 출석해서 재범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는 서명을 하고 풀려나지만 장지구는 올 사람이 없다. 이미 보호관찰대상이었던 장지구는 한번만 용서를 해달라고 한다. 자신이 없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는 할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는 장지구를 돌봐줄 보호자 즉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소년원에 보낸다.

소년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동안, 할아버지는 예상대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 친구는 임신한 채로 집에서 쫓겨나 어느 쉼터에 있다고 한다. 또 자신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느날 어머니(이정현 분)가 소년원을 찾아온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엄마는 할아버지의 소식을 묻고 곧 찾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다.

소년원을 떠나는 날, 부모가 와야만 나갈 수 있음에도 장지구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함께 소년원에 있던 아이들의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지구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보인다. 혹시나 엄마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결국 지구는 만기 출소일에도 나가지 못했다.

다음날 자신을 데려갈 사람이 왔다. 고아원에서 보증을 서고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사람이 온 것이다. 간단한 인사와 짐을 챙기고 소년원을 떠나려는 순간, 장지구의 엄마가 찾아온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엄마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장지구......,



엄마와 함께 엄마의 집으로 귀환한 장지구는 한 눈에 엄마라는 사람의 생활을 파악한다. 지구의 엄마는 미용실에서 보조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다. 미용사는 엄마보다 어린 사람이었으며 엄마는 그 사람의 집에 얹혀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엄마와 생활하면서 엄마 자신도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을 임신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 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임신한 채로 집에서 쫓겨난 여자 친구를 찾아본다.

단란한 생활도 잠시, 미용실에서 쫓겨나면서 얹혀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모자는 갈 곳이 없다. 겨울, 차가운 도시를 몇 바퀴나 돌던 끝에 간신히 얻은 월세 여관방에서 엄마는 백방으로 취직자리를 알아보려 하지만 전과자에게 세상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구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이미 아이 아빠라는 사실도 말이다. 지구의 엄마는 “네 나이가 몇인데” 라며 화를 내고 집을 나간다. 집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고, 수소문하고 또 기다려보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여관에서 나온 지구는 여자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빈집털이를 함께 했던 형을 주유소에서 다시 만나고, 지구는 자신에게 비아냥거리는 동네 형을 두들겨 팬다. 그리고 다시 경찰서와 소년원을 가게 된 지구.......,



영화는 시종일관 학교밖 아이와 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를 그리며 사회적 살인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따뜻하게”를 요구하는 영화 범죄소년은 우리가 무심코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의 고등학교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고,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일 수 있다. 남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의 뒷이야기 ‘범죄소년’은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편견을 고발하는 영화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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