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출생
2017 샘터상 시조부문에서 ‘목련’ 당선
K-하이쿠 한국작가
2019 ‘넉줄시’ 동인지 ‘네박자 춤’ 펴냄
경주 ‘시 뜨락’ 동인으로 활동 중.
그리움
당신 뒤에서
돌아 돌아
우는 강
시 읽기 / 윤형돈
최근에 나는 소위 ‘넉줄시’ 동인이 발간한 ‘4박자 춤’을 읽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느닷없이 강타당한 전두엽前頭葉의 아찔한 느낌 같은 것이다. 풀꽃시인 나태주님을 중심으로 지방에 농막을 짓고 詩농사를 짓는 분들의 일대 거사이다.
그야말로 짧은 시로 풀어낸 찰나의 단상이다 ‘화살기도’란 말처럼 순간의 단상을 기도로 옮기듯 찰나의 직관을 15자 이내로 적은 것이다. 미상불, 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시대에는 간단하고 짧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내 손 안에 ‘손바닥 시’가 필요하다 예수님도 남에게 보이려고 ‘중언부언 기도하지 말라‘고 하셨다.
외식外飾하는 자의 위선과 가식을 꾸짖은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시조 형식 가운데서 종장만을 떼어내어 거기에 질서와 특성을 가미한다. 종장의 3,5,4,3을 한 줄로 세우지 않고 넉 줄로 만들어 글자 수를 맞추어 시를 짓는 것이다. 이쯤 되면 방만한 언어들에 대한 역발상 도전이요, 분리수거의 정수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부산에 거주하는 小田 박서희 시인은 ‘채운’이란 제목으로 짤막한 단상을 적었다. 그녀는 이미 2017 샘터 시조상 부문에서 ‘목련’이란 시조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목련’이란 이미지를 ‘새하얀 무명천 같은 / 접신중인 방울소리’로 기묘하게 채집한 것이다.
여기서 넉줄시 제목인 ‘채운彩雲’은 ‘여러 가지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을 말한다. “그리움 / 당신 뒤에서 / 돌아 돌아 / 우는 강”의 율조는 지극히 짧다 그러나 말과 말의 행간에 더 많은 깊은 침묵이 들어있다. 청맹과니는 침묵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음미하면 작자의 숨겨진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돌아 돌아’의 표현만 해도 숱한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돌고 돌아, 굽이 굽이, 돌아서서, 굽이쳐서, 애가 타서‘ 등등 그리움에 사무쳐 그리운 당신의 뒤편에 돌아서서 우는 사람과 ’돌아 돌아‘ 굽이쳐 흐르며 우는 눈물의 강은 왜 그리도 사연이 많을 걸까? 석공의 아내 아사녀는 석가탑을 짓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아사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