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알라딘이 단독 북펀드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딕테’ 개정판을 20년 만에 재출간한다고 밝혔다. ‘딕테’는 1982년 첫 출간한 작가의 유작으로, 1997년과 2004년 국내 출간됐으나 곧 절판됐다. 절판 이후 아시아계 미국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목하면서 현재 관련 연구자 및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 알라딘 ‘딕테’ 북펀드 포스터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이 기다려온 만큼 북펀드는 시작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10월 28일 북펀드 시작 8시간 만에 618명의 독자가 펀딩에 참여하며 펀딩 금액 10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만 하루가 지난 10월 29일 오전 9시 기준 펀딩에 참여한 인원은 1077명으로, 펀딩 금액은 1700만원을 넘었다. 주 구매자는 2030 여성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에 자세히 소개되며 대중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던 ‘딕테’는 개정판 펀딩이 시작되기 전 중고 도서 가격이 3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특히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단 한 권 인쇄소’에서도 재출간을 요청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펀딩 중인 ‘딕테’는 수많은 복간 요청에 부응한, 원작의 디테일을 오롯이 살린 20년 만의 개정 결정판이다.
UC버클리의 교수이기도 한 캐시 박 홍은 “테레사 학경 차의 ‘딕테’는 분야를 특정할 수 없는 텍스트로 당시 시대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걸작”이라며 “딕테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루며 언어를 추궁하는 동시에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탐구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고전이 되면 좋겠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딕테’의 재출간을 준비한 문학사상의 황인석 편집자도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그 첫 번째 이유로 일반 독자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난해함, 난감함을 들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러한 면이 너무 과장하게 부각된 면도 있지 않나 싶다. (중략) 열린 텍스트에는 열린 마음과 열린 독법이 요구된다. 이 텍스트를 읽는 데 필요한 것은 그뿐이다”라며 출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딕테’는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러한 구성은 문학적이면서 연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출간된 지 40년 이상이 흐른 지금의 주요 담론인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며 선구적 실험문학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다르크와 성녀 테레즈, 그리스신화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차학경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책 속에서 차학경은 이 인물들을 누군가의 딸, 우리 주변의 사람들, 우리 자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형태적인 면에서 ‘딕테’는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 텍스트적으로 구성됐다. 특히 점프 컷 등 다양한 영화 편집 기법도 차용하며 영상과 책, 영화와 문학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아트북과 다르게 대량 생산 및 배포를 염두에 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만들어졌다.
‘딕테’의 펀딩 마감은 11월 17일, 정식 출간 예정일은 11월 28일이다. 펀딩에 참여한 고객들은 초판 1쇄 후원자 명단이 인쇄된 삽지를 받아볼 수 있다. 북펀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알라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