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의 끝판 성조기 부대

  • 등록 2025.01.18 1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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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국기와 한국의 정치 상황은 별개의 문제

선조 25년 4월,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정벌을 명했다. 이에 따라 왜군 20만 명이 7년에 걸쳐 한반도에 투사된다. 상비군 전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조선은 28일 만에 한성을 빼앗기고 평양성으로 후퇴한다. 한술 더 떠 선조는 의주로 도망을 친다.

 

이때 파업 중이었던 명나라의 ‘만력제’는 조선에 파병을 결정하고 군량미 20만 석을 보낸다. 이후 조명 연합군은 왜군을 겨우겨우 몰아내고 조선은 어렵게 나라를 구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선군이나 명나라 군이 나라를 구했다기보다는 침략받은 조선의 백성들이 스스로 나라를 구했다고 보는 것이 옳았지만 당시 지배계층의 생각은 달랐다. 명나라의 도움으로 나라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등장하는 말이 ‘재조지은(再造之恩)’이다. 한 마디로 거의 망할 뻔했으나 구해줘서 살았다는 뜻이다. 이후 명나라는 조선의 지배계층에게 재조지은의 나라가 된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임진왜란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만주에 건주여진의 후금이 들어서고 조선은 후금과 명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재조지은 나라 명의 요청에 따라 조선의 장수 강홍립을 도원수로 하고, 부원수를 김경서(金景瑞)로 임명해 포수 3500명을 중심으로 1만 3000명 가량의 군사를 파견했다. 결과는 대패였다. 이후 ‘후금’은 스스로 ‘청’이라 칭하고 조선을 정벌한다. 그게 ‘병자호란’이다. 청나라는 1차 대전 직전까지 중국 땅의 주인으로 행세한다. 그동안 조선의 사대부는 청을 대국이라 칭하며 무엇이든 청에 기대었다.

 

그리고 굴욕의 근현대사에 들어서면서 조선의 지배계층은 아주 쉽게 청에서 일본으로 노선을 갈아탄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자연스럽게 조선의 지배계층에 접근했다. 조선의 지배계층은 ‘만세’ 대신 ‘반자이’로 구호를 바꿔 세계정세에 무능하고, 무력했던 고종과 백성을 배신했다. 이때에도 나라를 구하겠다고 뛰어든 사람은 조선의 이름 없는 백성들이었다. 그러나 지배계층의 일장기에 대한 충성은 해방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일본의 태평양전쟁은 실패로 끝이 나고, 우여곡절 끝에 대한제국은 2차대전 직후 가장 빨리 독립하는 나라가 됐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한제국의 임시정부가 연합국의 일원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이유에서다. 참고로 근현대 이전에 독립국이었던 오키나와는 여전히 일본 소속이며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당시에 독립하지 못했다.

 

독립의 달콤함은 얼마 가지 못했다. 남과 북의 이념전쟁은 다시 한번 한반도를 초토화했다. 마침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16개국에서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전쟁은 소강상태에서 휴전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대치상태에 있다. 이때 이후 한국에서는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한국에서 자주 보이게 됐다.

 

 

최근 들어 다시 성조기가 거리에서 보인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불확실성을 달리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일부 사람들이 성조기를 꺼내 흔들고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미국이 정의로운 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의 한국전 참전 그리고 현재 미국이 초강대국이어서 마치 명나라에 기대는 심정으로, 청나라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사대의 마음으로, 그도 아니면 일본이 대세이기 때문이었다는 비슷한 마음으로 성조기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거리에서 성조기를 들고 날뛰는 모습은 매우 치욕적인 사대주의의 잔상이다, 부끄럽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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