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극단 ‘성’ 창단
1996년 수원 ‘성’ 국제 연극제 창설
1997년 계간 희곡문학 등단
2019년 9월 24일 타계
2019년 9월 26일 수원화성 화서문에서 路祭
경기도 문화상 경기도 문학상
보흔 문화상 수원예술상
홍재문학상 수상
극단 ‘성‘ 대표 연출가
수원 청소년 뮤지컬 예술 감독
수원문학 희곡 분과 위원장
아바마마, 이제 용서하소서 두렵고 두려운 속에서
약속을 지켰사옵니다
힘을 주소서! 멀고도 먼 길을 돌아 돌아서 왔건만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게 만 느껴집니다.
어마마마, 다 이루지 못한 채 이렇게 가야만 한단 말입니까?
조선 위에 나의 꿈 하나씩 만들고 만 싶었어요.
아직 살아있습니다 백성 위한 꿈과 함께 나의 꿈
조선의 꿈 하나씩 만들면서
불러라 그 노래 달빛을 부르는 그 노래
달빛의 노래 흐르고 흘러 시대를 이어가리니!
시 읽기 / 윤 형 돈
필자는 2019년 9월 24일 돌연 타계한 김성열 연극인 겸 연출가를 위해 ‘암전, 새로운 서막을 위하여‘란 추모시를 지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생전에 그가 집필한 ’정조대왕‘의 대사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여기에 일말을 소개하며 반추해 보기로 한다.
파란만장 인간사를 연극 대본으로 섭렵하신 이여,
극단 ‘城’의 창시자로 분골쇄신했으나 마침내 마모된
불꽃 정열의 재가 자신의 목숨을 도모하진 못하였다
부동의 신념을 번의翻意할 생각일랑 아예 지하 골방에 묻고
연습에 연습, 무대 뒤에서 숨 고르는 막간의 배우 같은
설렘의 광대 세월이 어느새 백년의 침묵으로 흘렀다.
수원성을 사수하던 익명의 병사처럼
역사의 뒤주에 갇혀 몸부림 친 연극의 사도思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암전으로 막을 내린
2019년 9월 하순,
初演을 올렸던 화서문 바로 그 성벽 아래 거행한
마지막 씻김굿에 쑥부쟁이 영혼도 흐느껴 울었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져도
암전, 그 새로운 서막을 위하여
노제路祭 현장에는 ‘한 판 잘 놀다 갑니다.’
깨우침 같은 무대 제목의 만장挽章이 휘날리고
그렇게 가고 오고 또 만나고 사무친 밤의
정령을 깨워 기막힌 그리움을 추억한 들
그를 추모하는 마음에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성난 거리에서 사자 울음의 갈기를 휘날리며
찢어진 가얏고의 조국을 통탄하는 무리들,
달빛 성벽에 역사의 강물은 또 백 년의 침묵으로
흐를 것이나, 그 날의 지지대 고개 올라
아바마마! 부르며 훠이훠이 함께 날아오르소서!
피리를 불어도 아이들이 춤추지 않는 시대는
말 탄자의 척후병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그대가 무대에 올렸던
정약용과 나혜석, 정조와 단원도 만나 수렴청정 하시라
다시금 빨간 염소들의 거리를 지나 백년의 침묵이 흐르면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이 산하의 산수화 말발굽에
채인 꽃잎 밟고 나비처럼 강림해도 좋으리라. (암전, 막이 내린다.)
2019년 시월의 어느 슬픈 날에
그가 처음 공연 했던 화서문 성벽의 홍예문 좌측 석벽으론 그 옛날 축조 공사를 담당한 석수장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거기에 극단 ‘성’을 창단하여 연극 불모지의 수원에 주춧돌을 마련한 ‘김성열‘의 이름도 보이지 않게 오롯이 새겨 넣어본다. 이끼 핀 성벽 아래로는 자주색 쑥부쟁이들 시월 중순의 갈바람에 마냥 하늘거리고 그가 떠난 하늘 향해 서있는 서북공심돈 망루 밑으론 가을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한 생애를 거칠게 살다가 의롭게 종언한 시월애時越愛의 순결한 영혼을 다독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