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전남 영광 출생
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2015년 수원문학 ‘수필’ 신인상 등단
2019년 현재 수원 문인협회 교육이사
안양 부흥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
단풍잎은 안다
불타올라야 산다는 것을
한평생 새들의 보금자리 되어주고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주고
자신은 저렇게 타오르고 있다
임종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한 줌 재가 되려는 것
아니겠느냐
시 읽기/ 윤 형 돈
막바지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만추의 계절은 어김없이 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마지막 ‘불타올라야 산다는’ 단풍잎의 철리를 깨닫게 해준다. 초록으로 지친 날은 ‘새들의 보금자리 되어 주고’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살뜰한 배경으로 남아 있다.
자신은 정작 저리도 불타오르다가 마지막 낙엽의 재로 돌아가는 임종의 순간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인은 그러한 모든 자연의 이치를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같이 가난한 마음으로 서둘지 않고 기다려 왔다. 마침내 화엄의 경지에 들어간 수도승처럼 그래서 한 줌 다비의 엄숙한 형국을 조용히 감내하며 예비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인생의 사계가 춘하추동, 발전, 생성, 소멸로 순환하는 과정을 묵시로 깨닫게 해준다. 초록이 단풍으로 물들어 화려하게 빛을 내뿜는 가 했더니 어느새 곧바로 장엄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엄숙한 시간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나 한때 빛나던 초원의 영광을 노래하고 추억한 들 그때는 이미 한 줌의 바람과 안개와 같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 뒤다.
얼마 전 ‘공자’의 고향에 다녀 온 김시인의 시세계가 더욱 무르익고 풍성해진 느낌이다. 평소 자유분방한 수필 소재로 살아가는 일상 재미를 톡톡 여과 없이 던지던 시인은 마치 동네 반상회를 수시로 열고 마을 사람들과 조곤조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소통의 솜씨가 생생한 글감으로 이어진다.
어떤 주제건 특히 역사 이야기나 성씨에 얽힌 족보를 언급할라치면 밤을 패가면서 영광 굴비를 한 줄에 엮듯 술술 장광설로 포효하듯 토해내는 달변의 입담꾼이기도 하다. 무릇, 막견호은莫見乎隱이라 했던가!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시인에게 무궁무진 잠재되어 있는 문학 성분이 한시라도 빨리 출토되어 빛을 발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