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뷰 Movie recall> 블랙호크 다운

  • 등록 2017.09.09 12: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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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권리만 가지고 있는 미군,
우리가 이겨야만 전쟁은 끝날 것이다“


거장 '리들리 스콧' 소말리아 내전 읽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경험한 나라는 미국이다. 명분 없는 전쟁도 있었으며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전쟁도 있다. 그중 미국이 개입한 소말리아 내전은 미국으로서는 전혀 참전하고 싶지 않았던 전쟁이다.

부족 간의 내전 그리고 UN이 제공한 식량을 빼앗아 일부러 시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파벌 간의 대립, 그 한 복판에 서있던 미군은 어느 날 강경파 파벌의 한 고위 정치인 두 명을 긴급체포하기 위해 미국이 자랑하는 블랙호크 헬기를 띠운다.

블랙호크60 헬기 대대는 지상으로 진입하고 보병소대는 미군이 자랑하는 험비를 앞세워 소말리아 동부의 모가디슈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소말리아 시민들은 시내로 진입하는 미군의 차량과 헬리콥터 부대를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적대감을 표출한다. 자신들을 도와주고 식량원조 프로그램을 감시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주둔한 미군에게 소말리아 시민들은 미군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왔다고 생각한다.

작전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미군의 전형적인 기습작전, 델타부대는 적진 속으로 들어가고 델타부대가 목표물을 확보하면 레인저부대가 사방을 경계하면서 빠져나오면 되는 문제였다. 블랙호크와 경전투헬기의 지원을 받기로 한 미군의 작전시간은 단 30분 이었다.

작전은 시작됐다. 병력을 잔뜩 싫은 블랙호크60과 경전투헬기들이 시내로 진입하고 델타부대원들은 저항 없이 건물에 진입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헬기를 타고 오는 도중에 시내방면에서는 연기가 치솟았으며 레인저 대원 한명은 하강 도중에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레인저들이 건물을 포위하자마자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민간인과 적들의 구분이 안가는 상황,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AK47 소총을 들고 거리로 쏟아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미군은 당황했다. 딱 두 명만 생포하면 되는 상황이고 목표한 건물에 있던 남자들을 생포하기까지는 했는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부대로 돌아가는 모든 거리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총을 든 시민군들이 미군을 향해 총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델타 부대원들은 험비에 생포한 남자들을 태우고 시내를 배회한다. 그러면서 부상자들과 사상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고립되는 미군까지 발생한다.

그리고 델타부대를 지원하던 미군 헬기가 소말리아 반군의 로켓포 사격에 의해 격추돼 추락하기 시작한다. 헬기에는 두 명의 미군 장교가 타고 있었다. 앞서 추락한 헬기가 경헬기라면 이번에는 블랙호크다. 추락하면서 한 명은 즉사 했으며 또 다른 한 명은 저항 끝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미군 포로를 사로잡은 소말리아 반군 중 한명은 미군과 협상을 하자며 말을 건다. 그러나 헬기 조종사는 “난 협상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자 반군은 “그래 너희는 죽일 권리만 있지 협상할 권리는 없을 것이다. 맞아. 너희 미군이 우리군의 대장을 사로 잡아가면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니야 이 전쟁은 우리가 이겨야만 끝나는 전쟁이야, 너희는 이 전쟁에 대해 어떤 권리도 없어”라며 말을 끝맺는다.
전투는 점점 미궁에 빠진다. 30분만에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도시 한 복판에 갇힌 미군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린다. 미군의 사상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급기야 17명을 넘어서자 부대 사령관은 북아프리카에 있는 다른 미군부대의 전격지원을 요청한다. “그 어떤 미군의 흔적도 모두 가지고 귀환하라”는 그의 명령은 그가 죽은 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 이었다. 결국 다음날까지 이어진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미군은 철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철수하는 미군을 바라보는 소말리아 시민들의 눈에는 냉소와 눈물 그리고 한 밤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한 통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장 리들리스콧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영화 블랙호크 다운은 어디 가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미군의 전투부대와 불분명한 내전개입이 가져온 미군의 어이없는 희생에 대해 항의 하는 영화다. 최고의 전쟁영화를 선택하라고 하면 늘 수위를 다투는 영화 ‘블랙호크다운’은 우리의 분단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영화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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