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뷰 무비리콜> 포스트 휴머니즘과 블레이드 러너
저주받은 걸작이 그린 미래 오늘날의 현실과 다르지 않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섹스를 통해서 태어난 사람만 존중을 받고, 체세포 복제를 통해서 태어난 사람은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전제를 깔고 만들어진 영화가 ‘블레이드 러너’다. ‘블레이드 러너’의 전작은 지난 1982년, SF 영화의 거장 ‘리들리 스콧’에 의해 만들어졌다. 개봉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해가 갈수록 인기도가 높아져 저주받은 걸작으로 더 유명한 영화이기도 하다.
▲ 2049년의 LA 골목
영화의 시작은 2019년의 어느 LA 골목을 그리고 있다. LA는 태양빛이 거의 사라지고 음습한 안개와 스모그가 도시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동양계와 히스패닉계 그리고 흑인들이 도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언뜻 보아도 매춘이 일상화 된 도시의 배경 간판에는 종종 한글도 등장한다.
이 도시의 부자들은 우주정거장에 거주하거나 다른 별로 이주를 했다. 그럼에도 부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체세포 복제인간을 만들어 우주정복에 투입하기도 하고 노동 전용 또는 섹스전용 인간을 만들어 돈벌이에 나선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인간 중 기능이 뛰어난 ‘넥서스6’모델 일부는 행성전투중에 탈출해 LA로 스며든다.
▲ 체세포 복제인간을 생산하는 '타이렐'의 내부 모습
반면 인간들은 지구에 스며든 체세포 복제인간들을 페기처분하기 위해 ‘블레이드 러너’라는 특수경찰대를 조직해 수배에 나선다. 해리슨 포드가 역을 맡은 ‘딕 데커드’는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이었다. 그러나 침투한 체세포 복제인간들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 그는 다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체세포 복제인간은 본래의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방면에 활용됐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극한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졌다. 반면 체세포 복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 바로 짧은 수명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그리고 복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
영화에서는 체세포 복제인간을 ‘레플리칸트’라고 부른다. 지구에 잠입한 6명의 레플리칸트중 2명은 레플리칸트를 제조한 ‘타이렐’사에 숨어들어 자신들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했으나 제거되고 나머지는 딕 데커드에 의해 폐기된다.
폐기처분 직전의 레플리칸트들 모두는 우리도 인간처럼 살고 싶다는 유언 비슷한 말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한다. 문제는 레플리칸트를 제조한 회사의 협조자이자 딸이 레플리칸트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 스스로가 레플리칸트임을 자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딕 데커드.....,
▲ 전작 블레이드 러너와의 만남
딕 데커트는 자신의 임무가 레플리칸트 페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놓아준다. 그리고 그녀는 지구상의 모든 것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시공을 초월해 2017년 블레이드러너 후속 작품이 발표된다. 전작에 이어 후작이 그린 미래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레플리칸트를 잡아들이는 또 다른 레플리칸트가 있다는 것뿐이다. 인간에게 공격적인 면이 제거된 레플리칸트와 빈민층이 어울려 LA의 거리를 메우고, 도시의 간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감각적으로 유혹한다.
어느 날 레플리칸트를 폐기하던 형사(라이언 고슬링) K는 폐기직전의 체세포 복제인간이 남긴 “너는 기적을 아직 보지 못했다”라는 말을 잊지 못한다. 그의 말이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자신이 폐기한 레플리칸트 주변의 무덤에서 또 다른 레플리칸트의 시신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신들의 흔적에서는 체세포 복제인간이 임신을 했었다는 증거들이 나온다.
▲행인을 유혹하는 도심의 광고
LA경찰청은 발칵 뒤집혔다.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일, 복제인간이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에 대해 믿고 싶지 않은 이들은 이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고 하고 레플리칸트가 낳은 아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형사 K는 의문을 가진다. 체세포 복제인간은 영혼이 없지만 그들이 낳은 아이는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형사K......,
영화 ‘블레이드러너2049’는 전작에 대한 존경심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간을 뛰어 넘어 전작에 나왔던 궁금증을 천천히 풀어 간다. 그리고 오늘날의 현실을 과감하게 비꼰다. 인간 노예인 레플리칸트와 비정규직 그리고 이를 용인하는 사회 체계, 부자들의 만용을 화면 가득 그리고 있다.
인류가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을 체세포 복제인간을 통해 보급 받으면서도 결코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거나 동족으로 대접하지 않는 인류의 오만함과 도덕 불감증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이면서도 한 편의 철학서이기도 하다. 1982년 당시 2019년을 바라본 사회상은 오늘날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고 2049년의 미래는 현재의 시간처럼 암울하다. 영화에서 체세포 복제인간인 레플리칸트들은 “나는 기적을 보았고 인간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코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사람을 인간으로 또는 동료나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집단들과 그를 악용하는 자본의 탐욕이 그리는 미래는 바로 블레이드 러너가 그리고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미래다.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