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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오늘의 시(詩)를 출간하며...,

한글을 배우기는 쉬워도 한국어 자체의 어려움은 극상의 난이도에 해당한다는 현실을 한국어를 배워본 외국인이라면 다들 하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잠깐만이라도 생각해보면 우리 말에는 경어체가 따로 있고, 하나의 단어로 몇 가지의 상황 연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지 않으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어감들이 한국어에는 존재한다. 가장 한국적 언어를 사용했던 김소월의 시(詩) ‘산유화’를 외국어로 옮기면 산유화의 어감에서 오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모든 언어의 단어에는 어감이 있다. 그중 한국인이 사용하는 단어에는 너무도 다양한 어감이 있어 이것을 외국어로 옮기는 일은 몹시 어렵다. 얼마나 어려우면 최근 미국에서조차 인기가 높아진 한국 드라마를 더빙이 아닌 자막을 이용해 한국어 그대로 방영할 정도라고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한국어의 어려움은 한국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요소이기도 하며 구성원이기도 하다. 삼국시대부터 우리와 혹은 삼한과 어울렸던 북방의 민족들이 고려 이후 점차 한반도와 갈라지더니 온전히 여진으로 남았던 역사가 있었다. 한때는 고구려와 발해의 구성원이기도 했던 그들이 여진으로 남아 청나라를 만들고 오늘날의 중국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그들을 북방 민족이나 여진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중국인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은 것은 그들이 모국어에 해당하는 한국어를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여전히 한국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한반도인들은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다. 거대 중국이 중국 주변의 여러 민족을 흡수하며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금까지도 강조하지만, 한국만은 제외다. 한국은 언어가 달라 거대 늪인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를 만들어 갔다. 언어는 사고를 체계화하는 머릿속의 도구다. 당연히 생각의 도구가 다르니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언어의 다름은 종종 문화의 다름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제국주의시대의 영향 탓으로 영어권 세상이 확대되고, 많아졌다. 그리고 같은 제국주의시대를 거쳤다 할지라도 영어를 사용하는 세상과는 달리 또 다른 언어로 세상을 나누고 있는 에스파냐(스페인어 계통)는 영미권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언어가 가진 생각의 힘과 문화의 힘이 세계를 갈라놓고 있다.

 

즉 언어는 사람의 사고를 만들고, 언어로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일상의 현상으로, 그리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그리고 문화는 언어의 소통을 기반으로 꽃피워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인의 언어는 한국인을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된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해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문화는 한국인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낸다. 그 독특함은 오늘날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악과 드라마이기도 하며 더 넓게는 문화이기도 하다.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생각과 문화가 만들어 낸 한국의 물결은 우리 몸에 새겨진 언어 DNA에 기반한 것이다.

 

한국인의 언어 정점에 있는 것은 우리의 말과 글로 만들어진 시(詩)이다. 한국인의 시가 아직 음악과 드라마처럼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글의 초반처럼 한국어의 어감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때문일 확률이 높다. 한국어를 통해 전달되는 소통의 문제에 있어, 한국어의 어감은 한글로 사고하고 생각하는 일이 일상화되기 전까지는 의미 전달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언어의 찬란함은 이미 세계 속에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문화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국어의 정점에 있는 시 또한 널리 알려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글과 한국어의 격이 세계 최고 수준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곧, 머지않은 미래의 언제인가, 한국어를 사랑하는 외국인도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어감의 느낌 그대로 이해하며 찬양할 날이 올 것이다.

 

오늘 경인뷰가 마련한 ‘오늘의 시(詩)’는 그런 그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경인뷰에 지난 몇 년간 연재되었던 시 50여 편을 묶어 만든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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