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용인시의회보다 많은 이야깃거리와 논란을 낳았던 제9대 용인시의회는 올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음주 해외 공무출장과 성추행 그리고 뇌물의 건에 이르기까지 탈도 많고, 사고도 잦았던 용인시의회...
그래서 만나보았다.
그리고 들어보았다.
용인시의회 박은선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아래는 박은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박은선 용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Q1. 용인시의회 4년 평균 성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개인적인 의정활동부터 말씀드리자면, 지난 4년 동안 주민 민원과 생활 현안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보여주기식 발의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책과 조례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시민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을 보완하고 행정의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들은, 저에게도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의회 전체의 성적을 묻는다면, 솔직히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지난 4년은 정책 경쟁보다 의회 내부의 사건과 논란이 반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코타키나발루 연수의 술 반입 논란, 성희롱 사건, 의장 선거와 관련한 금품 의혹, 의원 간 성추행 사건까지,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았고, 그 자체로 의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사안들이었습니다.
후반기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문제를 더 무겁게 체감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될 수 없습니다. 시민들께 “의회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회는 시민의 삶과 미래를 논의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내부 문제 수습에 소모했고, 협치는 멀어졌으며, 의회가 시민을 향하기보다 스스로를 방어하는 공간처럼 비쳐진 것도 사실입니다.
의회는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시민의 대표기관입니다. 앞으로는 정파도, 개인도 아닌 오직 주민과 용인시만을 기준으로 다시 신뢰를 세우는 의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2.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보시는 용인시의회의 윤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의 여러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량적 평가에서는 청렴도 최하위라는 결과를 받은 만큼, 윤리특위 위원장으로서 그 결과를 마주하는 책임과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이 문제를 단순히 점수 하나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의회 내부에서도 청렴 관련 조례 정비를 비롯해 교육을 강화하는 등, 윤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은 분명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리 문제를 직접 다뤄보며 더 분명해진 것은, 윤리는 규정이나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윤리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의원 모두가 권한보다 절제, 정치보다 책임이라는 기준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공직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윤리특위 위원장으로서 저는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회의 기준과 문화 자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신뢰 회복은 변명이 아니라, 태도와 기준의 변화로 이뤄져야 합니다.
Q3. 일부 일탈 의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징계 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그런 지적이 나오는 시민들의 시선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건의 무게에 비해 결과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특위 위원장으로서 그 비판을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징계는 위원장 개인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윤리특별위원회는 합의제 기구이고,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할 뿐 징계 수위를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징계 여부와 수위는 위원들의 논의, 자문 절차, 그리고 필요할 경우 본회의 의결까지 거치는 구조 속에서 결정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놓고 ‘봐주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부분은 윤리특위의 법적 권한 한계입니다. 윤리특위는 수사기관이 아닙니다. 본회의에 정식으로 회부되지 않은 사안이나,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윤리특위가 단독으로 조사하거나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을 설명하지 않은 채 결과만 놓고 평가하면, 시민들께 오해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윤리특위 위원장으로서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하되,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의회와 위원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하겠습니다. 동시에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과 기준을 더 분명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솜방망이’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운영을 계속 점검해 나가겠습니다.
Q4.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조례 제정이나 발의가 있다면요?
저는 조례를 만들 때 늘 먼저 묻습니다. 지금 시민의 삶에 실제로 닿아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인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그 기준에서 돌아보면,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가 있습니다.
먼저 만화·웹툰 지원 조례입니다. 청년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서도, 요즘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관심이 높은 콘텐츠 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한 문화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계기로 국제박람회까지 연결해 낸 경험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키우는 동시에, 용인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건강한 가임력 보존을 위한 조례 제정입니다. 출산 여부와 관계없이, 미혼·기혼을 가리지 않고 남성과 여성 모두를 고려해 정자·난자 냉동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단순히 출산 장려로 접근하기보다, 개인의 선택과 미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시야를 넓히고자 했습니다.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수다방’ 운영을 통해 시민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꾸준히 만들어 왔습니다.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정책은 책상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 속에서 시민의 언어를 만나며 비로서 살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Q5. 현 집행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집행부 전체를 하나의 숫자로 평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용인시에는 약 3,500명의 공직자가 있고, 그분들을 한 점수로 묶는 건 현실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접한 공직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개인별 편차는 매우 큽니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봉사 정신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고, 의회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용인의 행정을 실제로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조직 전체로 보면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규정과 절차에 충실하다 보니, 변화 속도에 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행정은 “문제 없다”는 답변에서 멈추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먼저 묻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Q6. 미래 용인을 위해 도입해야 할 제도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용인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도시가 이미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플랫폼시티 조성,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 등으로 용인은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구 규모와 행정 수요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 변화에 맞게 공직 운영 운영 체계도 더 전문적으고 체계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반도체, 도시개발, 문화정책처럼 장기적인 축적이 필요한 분야는 전문직 공무원이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탄력적인 보직 운영과 전문성 중심의 인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의회의 정책 역량과 책임성은 더 중요해집니다. 의원 연수와 교육도 형식적인 일정이 아니라, 상임위별·분야별로 실제 정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 중심으로 재편돼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윤리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는 점에서 의회 내부의 윤리 교육과 상시 점검 체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문화인프라 확충입니다. 용인은 산업과 인구 규모에 비해 문화 기반이 여전히 부족한 도시입니다. 그동안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산업만으로는 도시의 품격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과 기반이 함께 갖춰지고 교육 환경과 학군까지 완성될 때 용인은 비로소 ‘일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제9대 용인시에이어 10대 용인시의회 구성원이 되겠다고 밝히는 용인시의회 박은선 의원
Q7. 내년 선거의 전망과 출마 여부.
그리고 시민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출마합니다.
망설임 없이 내린 결정입니다. 지난 4년의 의정활동에 대해 시민 앞에서 다시 한 번 평가를 받겠다는 선택입니다.
의정활동은 말로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과로 판단받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원은 약속이 아니라 결과와 기록으로 판단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그 선택들이 용인과 지역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후원회 활동과 길거리 의정보고서를 통해 지난 4년의 과정과 결과를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
선거는 약속을 새로 늘어놓는 자리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결과를 놓고 다시 맡길지 판단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한 일은 책임 있게 설명하고, 부족했던 부분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 평가를 시민께 온전히 맡기겠습니다.
앞으로도 제 기준은 분명합니다. 말보다 현장을 먼저 찾고, 보여주기보다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최종 선택은 시민의 몫이고, 저는 그 판단 앞에 담담하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서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