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이 없고 양대 거대정당만 존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는 시의원들의 사과조차 받기 어렵다. 지난해의 오산시의회를 보면 의원들의 해외 공무출장과 관련 큰 물의가 있었다. 의원들은 출장 전에 시 공무원으로부터 값비싼 양주와 소주를 무더기로 받아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당연하게도 음주가 이루어졌고 음주 후에 일어난 일들의 일부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 공무 출장과 관련 서민은 보기도 힘든 양주를 주고 받았음에도 누구하나 사과 혹은 감사조차 없었던 오산시의회
그리고 공무 출장비로 호화 유람선까지 탄 사실이 드러났지만, 어느 하나, 누구 하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고급 양주를 제공한 자와 받은 자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나 감사조차 없었다. 엉망진창도 이런 엉망진창이 따로 없을 정도다. 다음 선거에서 시의원의 출마 즉 공천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열쇠를 시민이 아니고 거대정당의 당협 혹은 지역위원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시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사과할 시간에 공천권을 쥐고 있는 실권자 혹은 권력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 우선이지 결코 시민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결과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파랑 아니면 빨강 선택지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더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시민을 무서워하는 지역정당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최소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오산시 의원들의 후반기 의장 자리싸움은 도덕성 문제 이전에 코미디에 가깝다. 의원 숫자가 6명이기에 상임위조차 꾸리지 못하는 현실에도 의장이라는 직함, 그리고 부의장이라는 직함에는 법인카드가 제공된다. 그리고 의장에게는 수행비서까지 제공된다. 의장, 부의장을 제외하면 4명의 의원이 예산, 결산, 상임위가 없으므로 분과위 참석에 행정사무 감사까지 진행하면서 이들이 반대하면 집행부가 마비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오산시 집행부는 지난해부터 ‘오산 도시공사 설립’에 초점을 맞춰왔다. 도시공사 설립을 찬성하는 오산시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과 집행부의 설득 끝에 도시공사 설립 관련 예산은 세웠지만, 세부 실행은 보류되는 상황이 최근에 일어났다.
오산 운암뜰 개발과 관련, 운암뜰 개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오산시는 10년이 넘도록 운암뜰 탁상공론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모두 오산 운암뜰 개발에 대해, 여`야 공론으로 찬성한 만큼 하루빨리 도시공사가 만들어지고 운암뜰 개발이 착수되어야 하지만 도시공사의 설립과 운영은 또다시 좌초됐다.
▲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춰달라 요청했던 오산시의회의 의원
사실 오산에서 도시공사가 필요한 이유는 운암뜰 때문만은 아니다. 오산시를 보면 인근 지자체인 화성처럼 난개발을 넘어 막개발 수준의 도시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대신 농어촌이 아닌 도시의 모습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오산의 도시 곳곳은 세교신도시를 제외하면 거의 전 지역이 재개발 혹은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시작도 못 한 운암뜰 개발 이전에 오산에서 가장 낙후된 부산동에 이어 갈곶동 그리고 난맥 중의 난맥 상황을 보이는 남촌동과 오산역 일대에 이르기까지, 한 지역의 소규모 개발에도 행정력을 적어도 십 년 이상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도시개발과 관련 시의 일관된 의지가 시 전체에 투영되어서 시의 수장이 바뀌더라도 도시의 개발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공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오산시의회 민주당은 도시공사가 적자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를 주장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만들어지는 공사에게 흑자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도시공사 설립 반대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시민을 무서워 하지 않아도 공천을 받을 수 있고, 결국 시민들은 둘 중의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는 정당구조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이 있고, 지역 현안을 우선시하며 시의 순차적 개발에 시민과 시의 의지가 투영되는 구조라면 오산 도시공사는 이미 오래전에 도시를 형성한 오산에서 제대로 만들어져야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