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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민들레/ 박혜숙

박혜숙(1961~)

경남 부산 출생

한국문예, 한국시사랑문학회, 청계문학, 문예춘추 등에서 활동

시집: ‘꽃술 하모니’ ‘아름다운 말꽃’

한국시문학대상, 청계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무원문학상 수상

 

 

민들레 꽃씨

동그란

가벼움에 대하여

 

배내옷

젖 냄새에 스미는

어린 생명의 숨결

 

품에 안긴 아이

지그시 바라보는

오월어미의 속삭임.

 

“오오, 영감이여,

딱따구리 나무를 쪼는

지혜의 딸이여“

 

시 읽기/ 윤형돈

 

산책로를 따라 집 앞 공원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샛노란 생명체들이 있다. 낮게 아주 낮게 앙증스레 피어있는‘민들레’다 여러해살이 풀이며 아무리 밟혀도 밟히지 않는 강인한 속성을 지녔기에 세인들은 곧잘 일편단심 민들레라 부른다.

 

민들 민들한 오월 햇살이 초록 들판을 애무할 때도 저들은 발아래서 지금 전 우주를 들썩이게 하는‘방탄소년단’처럼 아주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 ‘민들레 꽃씨’는 동그란 소우주의 형상을 띠고 우리에게 가녀린 잔영이나 과거의 애잔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너무 가벼워 날아가기 쉽고 너무 나약해 상처받기 쉬운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표현은 민들레에 대한 잔혹한 무엄無嚴이 아닐 수 없다. 서양민들레, 좀민들레, 흰민들레 다 잘들 주어진 인연의 굴레에 따라서 각자도생하고 있으니까 저들 위해 괜한 염려는 필요 없겠다.

 

얼핏 박시인의 딸이 딸을 낳은 현실을 상정해 본다. 산모에겐 5월이 산産달이었다 자연스레 갓난아이를 위한 ‘배내옷’과 아이를 덮어주는 ‘강보’가 필요하다. 첫 생명체의 여린 털과 어미의 젖 냄새가 진동한다. 한편, 어미語尾는 어간語幹을 도와 다양하게 활용되어야 하는 법이다. 자식들의 원줄기, 즉 전통적인 가문의 족보에 편입되는 순간이다.

 

곧이어 ‘어린 생명’의 탯줄을 끊고 산후 조리로 미역국을 통과의례로 먹는다. 무정형의 아이를 보다 반듯하게 만들기 위해 부모는 조리원에 동반 입학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수개월 뱃속에서 배앓이로 태어난 핏덩이를 ‘지그시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은 지구별이 된 태아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으로, 염려와 근심으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체의 흡반吸盤에서 분리된 아기가 외롭지 않도록 ‘오월어미의 속삭임’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아가야, 이 험한 세상 기죽지 말고 건강하게, 강인하게 헤쳐 나가렴!” 온통 기도하는 심정뿐이겠다.

 

‘아기 민들레’처럼 작고 귀여운 오월아이는 천혜의 초록햇살이 더욱 싱싱한 ‘인간의 숲’과 ‘지혜의 딸’로 성장할 것이란 고즈넉한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평소 시인의 별명은 ‘딱따구리’로 통한다. 아니, 오지랖이 넓은 팔방미인의 ‘오색딱따구리’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잠자는 영혼의 전두엽을 마구 쪼고 깨워주는 시인의 앞날에 ‘축복 있으라!’ 기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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