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향연 제부도-궁평리-매향리
갈매기 동무삼아 떠나는 갯벌 여행
바닷게가 슬그머니 사람의 눈을 피해 총총걸음으로 도망가는 것을 참 쉽게도 볼 수 있는 것이 서해안 갯벌이다. 육지에서 떠내려 온 오염물질을 깨끗하게 정화해 바다로 돌려보내는 갯벌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이자 생태계에 곡 필요한 허파 같은 존재다. 푹푹 찌는 여름 동해안에 가보지 못했다면 여벌의 옷을 준비해 경기 서해로 바닷가로 가보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특히 아이들이 있다면 참 좋아할 만한 곳이 서해 갯벌이다. 
▲ 당성에서 바라본 궁평리 전곡항 일원
서해 갯벌 중에서도 사람의 발걸음이 뜸한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 그리고 매향리 일원은 아직까지 자연 갯벌의 모습을 참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경기도의 보물이다.
하루 두 번 기적을 연출하는 연인들의 섬 '제부도'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 서해의 작은 섬이다. 일찍부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손꼽혀 왔던 제부도에는 칼바위를 중심으로 한 서남쪽 해변과 산책로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해변 방향 산책로에는 별도의 데이트 코스 길이 있으며 북쪽으로 올라가면 국화도로 갈 수 있는 작은 항구와 등대를 볼 수 있다.
▲제부도 칼바위
등대 주변으로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내려가 바닷게를 직접 잡아볼 수 있다. 갯벌위에 구멍이 송송 나 있다면 십중팔구는 게들의 집이라고 한다. 제부도 칼국수는 다른 지역의 칼국수보다 해산물이 잔뜩 들어 있어 관광객의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걸어서 제부도 일주를 하는 데는 2시간 이면 충분하다. 각종 펜션과 모텔 등도 많은 편이라 숙박에 어려움은 없다.
서해 일품낙조의 고향 '궁평리'
아이들과 함께 보는 평생 여운
궁평리는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관광지이다. 서해 최고의 낙조를 볼 수 있다는 궁평리 해안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횟집들은 언제라도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궁평리 해안가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방파제 위에서 아이들과 낚싯대를 드리우고 지는 일몰을 감상하는 재미는 평생의 여운으로 남는다. 썰물 때는 어김없이 바닷가의 속살을 구경해볼 수 있다.
▲ 궁평일몰
▲ 전곡항 뱃놀이
사람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게들과 아이들의 신명나는 술래잡기 놀이가 열리는 시간이 궁평리 썰물 때이다. 최근에는 궁평리 해안가에 설치되어 있던 철책이 모두 치워져 궁평리 해안과 솔밭이 더욱 각광 받고 있다. 해변 뒤에 넓게 퍼져 있는 솔밭은 궁평리의 또 다른 명물이다. 솔밭에 그물막을 치고 아이들과 게들의 놀이를 구경만 하고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는 곳이다. 먹을거리는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에 따로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궁평리에서 전곡항으로 이동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뱃놀이도 해볼 수도 있다.
역사의 아픔을 승화시켜 생태공원으로 '매향리'
마지막으로 가볼만한 서해 바닷가는 매향리 일원이다. 한때 미군 폭격장으로 이용되면서 매향리 농섬은 허리가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던 까닭에 가장 원시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이 매향리이다.
▲ 매향리 사구가 만들어 낸 바닷길
그리고 매향리에 가려면 필히 아이들의 여벌옷을 준비해야 한다.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바닷가에 모래다리처럼 펼쳐진 사구를 따라 서해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아직 살아 있다. 첨벙 소리가 날 때마다 갯벌 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들의 집단이동을 볼 수 있다. 화성시는 매향리 일원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미군 폭격장에서 생태공원으로 변모해 가는 매향리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살아 숨쉬는 자연의 보고가 그대로 땅위에 펼쳐지는 곳이다. 여름철이면 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대낮에도 무지개를 보여주는 매향리는 평화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