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출신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대한일보』 신춘 문예에 시 「첨성대」당선
단편소설 「위령제」 『슬픔이 기쁨에게』(1979) · 『서울의 예수』(1982) · 『새벽 편지』(1987) ·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1999) 장편 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1989년 제3회 ‘소월 시문학상’,1997년 제10회 ‘동서 문학상’ 수상
그는
정 호 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