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봄날
윤수천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1976).
시집 <늙은 봄날>,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동화집 <꺼벙이 억수> 시리즈, <고래를 그리는 아이>,
<나쁜 아이> 외.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현재 초등 4-1 국어활동교과서에 동화 <할아버지와 보청기> 수록
늙은 봄날
윤수천
화단 옆 빈 의자에 앉는다
볕 좋은 오후다
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 건너와 졸음을 쫓는다
외롭냐고?
천만에!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다
주방에서는 늙은 아내가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달그락 달그락
사기그릇 부딪는 소리
아내의 콧노래 소리도 들린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아내는 언제고 봄날이다
봄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나는 이런 늙은 봄날과 사는 게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