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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정 명 희

정명희(1955~)

청주교대 졸업

초등학교 교장 역임

행복제작소 대표

경기시인협회 경기문학인 협회 부회장

화성 서정 문학회 회장, 비평과 문학 부회장

매월당 문학상, 아동문예 문학상, 문예사조, 지구문학 수필상 수상

‘햇살비, 사랑 한 잎 그리움 한 잎, 사피니아 연서, 동그라미 요정, 엄마가 사 오신 무지개 꿈’ 등

동시집 다수 현, 수원문인협회 회장.

 

 

뜨거운 부유 거기서부터 병립으로

올라간 소문

눈물이 된 사연들을 삼키고 자분자분

뭉쳤더랬다

석간신문의 뉴스를 제일 처음 읽고

싶은 욕구

소물소물 기어올라

밤새 귓전을 자꾸만 간지럽혔다

궁금증은 밤잠 위에서 난무하고

 

하얗게 떨어지는 순수의 떨켜들

호외요 호외요

새벽녘 창밖에 쌓인 첫 기사

어느 여인을 위한 귀향의 서곡이

시간의 귀를 해맑게 잡아당기고

있었다.

 

시 읽기/ 윤 형 돈

 

독자와 작자 사이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의 첫 행은 아주 중요하다 이에 부응하는 ‘뜨거운 부유’, 이것은 가히 이 시의 맥을 잡는 신의 한 수(鬼手)다. 그리고 제목을 암시하는 은유隱喩는 도처에서 번득인다. 즉, ‘병립의 소문, 순수의 떨켜, 귀향의 서곡, 시간의 귀’ 등이 자칫 완만해지기 쉬운 시열詩列의 행간을 긴장의 ‘와사등’으로 밝혀주고 있다.

 

‘첫 눈’이 뜨거운 눈물로 공중에서 여기저기 떠다니는 이유는 지상에서 병립으로 올라간 바로 그 온갖 사연들의 후문 때문이다. 그 내밀하고 기괴한 사연들이 지상을 떠나 허공에서 뭉치고 응고되어 공중을 떠돌다가 어느 날 지면에 묵시의 암유暗喩로 흩날리는 것이다.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세상에서 얘기되는 이야기는 대개 뜬소문이나 루머, 헛소문, 유언비어, 풍문일 때가 많지만, 전혀 근거 없는 허언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사람이 제도나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나 제도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해한 ‘소문’의 진원은 괴물에 가깝다. 저 만인의 입에 회자되는 괴물의 가공할 능력을 보고 허탈과 탄식으로 밤을 지새워 본 자들은 알리라! 그때 당면한 집단은 모호한 상황에 빠지고 그 상황을 헤쳐 나오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몸부림을 해야 한다. 말과 글로 상처주고 상처 받으면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

 

그 와중에 괴물 주변에 기생하며 괴물의 비논리를 논리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창세기 이전의 혼돈의 세계이다. 그때의 상황은 ‘소물소물 기어올라’ 스물스물, 꿈틀꿈틀 ‘밤새 귓전을 간지럽히고’ 증폭된 ‘궁금증이 밤잠 위에서 난무’하는 것이다.

 

마침내 순수와 비순수의 경계에서 하이얀 결정체로 낙하하는 ‘순수의 떨켜’들이 ‘호외’라는 지상의 ‘첫 눈’으로 새벽 신문처럼 강림한다. ‘새벽녘 창밖에 쌓인 첫 기사’는 고향 떠나 유리방황하던 실향민들에겐 ‘귀향의 서곡’으로 들려올 것이니 이런 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귀양 갔던 자들이 다시 돌아와 ‘환희의 송가(Song of Joy)’를 부르게 되는 이치와 같다.

 

이때쯤 문득 그들이 귀거래사를 부르며 문학의 본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희소식도 전해진다. 해묵은 ‘시간의 귀를 해맑게 잡아당기는’ 흔쾌하고 상쾌한 ‘첫 눈’과 같은 사건이다. 아무튼 ‘당신과 함께 있으면 행복합니다’란 ‘사피니아 연서’의 긴 편지를 들고 시인의 마을로 들어와 조곤조곤 밤새 재미나게 읽어주길 기대한다. 그때는 정말, 발그레한 아이들 뺨 위로 내려앉는 햇살비처럼 다함께 동심의 기쁨을 뜨거운 눈물로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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