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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 10만리를 날아 화성에 오다

화성호 일원 습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유산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들기 전에 도요새 무리는 이동을 시작한다. 남쪽으로의 이동이다. 도요새들은 무리를 지어 군무를 추듯 아름다운 비행을 보여주며 남하를 한다. 그들의 남하는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라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가을에 주로 볼 수 있다.


   ▲ 경기도 화성 매향리 농섬

도요새는 주로 게나 바다지렁이 등을 먹고 살며 해변 근처에 사는 작은 벌레를 먹고 살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우리나라의 서쪽해안에서는 도요새의 무리를 찾아볼 수 있다.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와 육지의 경계선에서 함께 들어오는 도요새 무리들의 군무는 장관이기 때문에 절로 탄성이 난다.

경기도에서 도요새 무리들의 집단 군무를 볼 수 있는 지역은 경기도 화성의 매향리 농섬 일대가 일품이다. 갯벌이 넓고 청정한 지역에 몰려드는 도요새들은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를 따라 들어오고 파도가 물러나면 함께 물러난다. 도요새들이 매향리 일대를 찾는 것은 주로 먹이활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향리 농섬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화옹습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매화향기가 진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이름조차 매향리가 된 마을의 갯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농섬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1년 주한미공군 폭격훈련장이 들어와 2005년 8월 12일 미군기지가 철수할 때까지, 무려 54년간 미군의 폭탄받이로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봉우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섬의 허리만 남은 비극의 섬이기도 하다. 미군의 폭탄이 사라지면서 이곳을 차지한 것이 바로 도요새와 물떼새들이다.

그리고 매향리 동북쪽으로 간척사업의 일환으로 화성호와 습지인 화옹지구가 완공되면서 더 많은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이 된 화옹지구에는 중대백로와 노랑부리백로, 청둥오리, 물오리, 가마우지 등이 갈매기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새들의 낙원이 됐다. 이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 화옹지구 일원을 ‘람사르습지협약’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매향리와 궁평항 일원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화성시와 화성시환경운동엽합은 지난 9월5일부터 화성호를 중심으로 한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뜻과 염원을 담아 ‘화성시, 2018년 화성호 국제 심포지엄 개최’하면서 부제로 ‘도요새의 위대한 비행 그리고 화성 갯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도요새 무리와 거리를 두고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



   ▲ 군무를 시작하는 도요새 무리


7일은 행사의 마지막으로 환경운동 관계자들과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석학들이 궁평항 일대의 갯벌을 현장답사하고 우리의 소중한 환경자산인 습지보호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알아보기로 한 날이다. 화성시 관내의 푸르미르 호텔에서 관광버스를 이용해 궁평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궁평항에는 마침 물이 들어오고 있어 많은 갈매기들이 밀물을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약 10km에 이르는 궁평항 방조제를 따라 매향리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은 모두 버스에서 내려 도요새 무리들의 축제를 보며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TV에서나 또는 이야기 속에서나 보았던 수많은 도요새 무리들이 해변에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던 사람들은 매향리까지 걸어가길 주저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 설명을 맡은 강해정 화성시 환경운동연합관계자는 “화성호는 농사를 목적으로 조성된 호수 이었으나 오염도가 너무 심해 해수유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화성호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이 됐고 덕분에 수많은 생물의 종들이 이곳에서 살게 됐다. 생물의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이곳처럼 역동적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들 또한 텃새에서부터 철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하며 화성호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했다.

매향리 갯벌의 끝자락에서 선 사람들은 도요새와 함께 거리를 두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중대백로, 검은머리 물떼새 등을 보면서 매향리 갯벌의 위대함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도요새들이 군무를 추듯 날아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며 이곳에 오개된 것에 감사했다.


   ▲ 화옹지구 13번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대백로와 물오리들

매향리 갯벌에 이어 일행이 당도한 곳은 화옹지구다. 화옹지구와 붙어있는 매향리에는 미군이 사용하던 쿠니사격장이 있다. ‘쿠니’란 ‘고니’발음이 안 되는 미군들이 한국말을 따라하면서 ‘쿠니’가 되었다는 설이 있을 만큼 고니가 많이 서식했던 지역이다. 화옹지구는 평균해발고도가 -1m정도이다. 땅이 보이는 곳도 있고 중간 중간 물에 잠겨있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에서도 13구역습지는 유난히 많은 새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다행히 7일 오후에도 수많은 새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머리를 숙이고 잠을 청하고 있는 백로와 거리를 두고 집단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물오리 그리고 물위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가마우지들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염없이 새들을 관찰하던 사람들에게 시간은 귀찮은 존재였지만 전국에서 온 환경운동 관계자들의 열차시간 때문에 버스에 다시 오른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화성호의 살아 숨쉬는 역사 앞에 숙연히 감사하며 일정을 마쳤다.

전경만 기자
취재에 도움을 주신 화성시환경연합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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