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1.4배의 면적과 경기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화성시는 얼핏 숫자로만 보면 부자 도시인 것처럼 보여 진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만큼 처절하게 가난한 도시가 화성시다.
지난 수년간 화성시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의 수위를 차지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높다고 해서 결코 화성시가 사람살기 좋은 잘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화성시의 기형적 행정은 지난 2010년대 이후, ‘동탄’이라는 천만평 규모의 1~2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현재 화성시의 인구수는 90만을 넘는다. 이중 화성에서 가장 적은 면적에 해당하는 동탄신도시에 무려 37만 명이 모여 산다. 그리고 동탄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이 시정권력과 정치권력을 잡으면서 화성시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들이 화성 동탄에 집중되고 화성서부는 소외되는 일이 10년간 반복이 됐다.
믿기 어렵지만 겉으로 보기에 잘산다고 보여 지는 화성서부의 인도 보급률은 10% 미만이다. 50만 명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중소규모의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서부에서 인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대학정문 앞에도 인도가 없는 곳이 있다. 한술 더 떠 아예 갓길조차 끊어져 사람이 걸을 수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더 믿기 어려운 사실들도 있다. 멀쩡한 국도가 화성시에만 들어오면 인도가 사라지고 밤에는 가로등조차 꺼져있는 구간이 많다. 자동차 통행량이 없어 가로등을 잘 안 켜두는 곳이라면 이해조차 가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경기도의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화성시의 주요도로 대부분은 상시정체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가로등이 제대로 없을 뿐이다. 심지어는 고속도로 구간도 화성시 경계 안으로 들어오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화성서부에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기본생활에 필요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걸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원인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말만 앞세운 정치의 전형적인 피해가 화성서부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도 확장을 위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왔다”는 자화자찬을 담은 커다란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리고 있지만 현실은 그 확장된 도로 어디에도 인도를 만들겠다는 예산은 없었다. 그게 화성서부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