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분열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몰지각한 정치인의 입이 만들어 내는 산물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반대로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통일신라가 됐고, 통일신라는 고려가 되고 또 고려는 조선이 됐다. 조선은 일본의 식민국가가 됐으며 다시 독립해 대한민국이 됐다. 나라의 이름이 변하고 사상이 변하고 학문 자체도 끊임없이 변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사람이 살아왔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한국인이 한국인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반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과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가치관은 다르지만 일부 공유하는 가치관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식민지에서 남북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은 다양한 역사적 사실에 직면했고 나쁜 역사의 방향을 극복해 가며 민주주의라는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식민지시대는 막을 내렸고 서로가 서로를 해방하겠다며 벌인 남북전쟁도 이겨냈다. 비록 북한과 아직 대치하고는 있으나 남쪽에서는 군부 독재의 시대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존을 하겠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거부하는 것들도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대다수는 독재를 거부하고 다시 독재국가로 회귀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독재시대를 찬양하면서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다. 반시대적이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48년 만들어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는 우리 한국인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던 기관이었다. 친일부역자를 체포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지만 이승만 정권에 의해 활동이 중단됐던 기관이다.
반민특위를 공격했던 사람들은 한국인임을 부정했던 세력들이었다. 그들 때문에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만들어졌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만든 것은 참으로 많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독재를 양산했고, 강제징용문제, 위안부 문제 등 수많은 아픔을 치료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했으며 이 아픔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또 수많은 국민들이 이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친일부역자들과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자들에 대한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시간이나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바뀌지 않는 역사도 있다. 그것이 바로 친일과 그 부역자들 그리고 독재를 했던 기록들이다. 아무리 미화를 한다 한들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말하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 또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오늘날 반민특위를 모독하는 괴물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