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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자와’에서 ‘아비게일’ 까지

정통 영화는 아니지만 스타 반열에 오른 포르노 스타들

세라복을 입고 황톳길을 걸어가는 소녀에 대한 그리움은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 저편의 향수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점과 사람을 구분하기 힘든 먼 길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진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짙은 눈썹, 오독한 콧날, 갸름한 턱 선에 이르기까지 모나리자의 미소가 걸린 얼굴에 심쿵하지 않을 남성은 없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다 갖춘 미인을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거리에 널린 클럽에만 가도 미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처럼 성형이 일반화 된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형이 일반화 된 세상이 아닌 세상에서 미모를 뽐내던 몇몇 여성들은 절대 금기시 되었던 포르노업계에 뛰어 들었다. 그중에 가장 빛이 났던 존재가 ‘분코 카네자와’다. 지난 1990년대 말, 포르노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봤을 얼굴이 카네자와다. 청순한 얼굴로 불같은 정열을 불살랐던 미모의 여인 카네자와는 이후 일본 포르노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으며 지금은 대모가 됐다.

카네자와의 포르노는 단순한 성행위를 반복했던 기존의 포르노와는 많이 달랐다. 내용과 스토리를 넣어 이야기를 풀었으며, 화면 가득히 여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포르노를 일반 영화처럼 찍기 시작한 것이다. 촬영의 방법도 다양해 졌다. 싸구려 방구석에서 찍어대던 방식이 아닌 고급저택이나,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해변을 선택해 환상을 불어넣는 방식이 선택됐다.

그리고 일본은 한 명의 스타를 길러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스타성이 있는 얼굴들을 찾아내 길러내는 방식은 과거의 그것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방식이었다. 포르노업계에서 스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얼굴도 들고 다니기 어려웠던 배우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인기를 구가하는 연예인이 된 것이다. ‘아오이 소라. 키라라 아스카, 아사미 유마’에 이어 ‘하타노 유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포르노 스타들이 당당하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후 일본의 포르노 업계는 미국을 뛰어 넘는 인기를 구가했다. 서구의 저질 화면의 포르노는 점점 시들해져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구의 포르노는 촬영방식은 집이라는 좁은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서구의 포르노가 다시 인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서구에서는 일본 포르노의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아트 포르노와 현장 포르노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서구에서도 스타를 길러내는 방식을 도입하고 시리즈를 통해 포르노 스타를 일반 영화를 통해 인기를 구가하는 여배우 반열에 올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체코의 여신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아비게일 존슨’이다. 사실을 알면 거북하겠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몇몇 여배우급 미모에 가깝다는 아비게일 존슨의 포르노는 초창기의 마구잡이식 포르노에서 점점 더 고급화 되어지며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스타가 됐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가위질을 당해 내용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던 엠마누엘의 히로인 실비아 크리스텔 시리즈 이후 몰락해 갔던 서구의 포르노가 다시 인기를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당당히 배우로 인정받았던 실비아 크리스텔처럼 포르노 배우가 인기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대가 한국에서도 열린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처럼 보인다.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