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은 교육공공성 실현의 출발점

그 과정의 후일담.......,

 사학재단이 공교육의 반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교육의 시작점인 유치원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교육기관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처음 유치원에서의 배웠던 모든 것들은 사실 최종 학교를 졸업하는 그날까지 이어진다. 때문에 유치원은 그 어떤 교육기관보다 더 절실하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말이나 학문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 오종민 경기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이처럼 중요한 한국의 유치원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본격적으로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경기도교육을 최종 책임지는 경기교육의 수장들이 진보성향을 보이면서 대부분의 공교육은 수월성교육 대신에 평준화교육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도시화가 진행된 거의 모든 도시에서 평준화교육이 시행되고, 과거와는 좀 다른 교육행정이 주류로 등장했다. 사립학교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급여를 국가가 책임지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사립이라고 해도 일정 부분 경기도교육의 틀을 따라가야 하는 구조 때문에 사립학교도 평준화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유일한 예외라면 유치원뿐이었다.

 사립유치원이 평준화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유치원 원비가 일반 유치원들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비는 크게 국가보조와 유치원 운영 방법에 따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돈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소위 부자동네로 알려진 지역의 유치원비는 상상초월이다. 지난 2014년 경기도 화성 동탄의 일부 사립유치원비는 월100만원 상당의 원비가 들어가는 곳도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이 정한 월12만원 수준의 원비와 크게 차이가 났지만 사립유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사립유치원들이 원비를 올리는 방법은 복잡했지만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기본 원비 12만원에 ‘영어회화 수강료, 어학 수강료, 조기 수학강사초빙 특별수업 등’, 기본학습 이외에 여러 가지 명목을 붙여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부정한 방법으로 열게했다. 급기야 이런 문제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때맞춰 일부 사립유치원들 원장들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개인재산으로 사용한 회계부정이 발각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결국 국회의원들까지 유치원 문제에 개입하고, 한국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들이 나타났다. 이를 고쳐보겠다는 민주당 주도의 유치원 3법까지 등장하자 사립유치원들은 집회와 소송으로 대응했다. 유치원 회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유치원 3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연합회 소속 원장들의 협박과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원을 폐쇄하겠다는 강경자세를 취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이 문제로 경기도에서 가장 크게 고통을 받은 것은 경기도교육청의 한 공무원이었다. 지난 2014년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과에서 일하던 오종민 공무원은 경기도 일부 지역의 사립유치원들의 전횡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은 회계부정에서부터 영양사 채용 및 조리실 문제와 불편부당한 수강료 징수 등 수개월에 걸쳐 문제점들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결과가 다 좋지는 않았다. 사립유치원들의 집단적인 반발은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를 움직였고 해당 감사 담당자이었던 오종민씨는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요구한 행정감사에 까지 불려나와 갖은 수모를 겪었다. 

 당장 눈앞에 선거가 있는 경기도의회 교육 분과위에 속한 의원들은 한국 유치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오종민 담당자는 징계 아닌 징계의 대상이 됐다. 징계의 명목은 많았다. '너무 열심히 일한 죄, 덮어주지 못한 죄, 눈감아 주지 못한 죄, 숫자에 밝아 회계부정을 발견한 죄,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감히 ‘을’이 ‘갑’의 입장에서 징수한 문제를 발견한 죄' 등 결국 오종민 공무원은 조직내에서도 괘씸죄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래도 공무원이었던 오종민 공무원은 행정사무감사를 통한 낙인이라는 징계를 스스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경기도교육청이라는 거대 행정조직에서 불복은 곧 공무원 사직이라는 말과 같은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해당 공무원은 나름의 꿈을 가지고 '행정은 서비스라는 개념의 정의를 실천'한다는 것이 한 번에 다 될 수 없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아직 길게 남은 정년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조직이 원하는 바를 묵묵히 몸으로 받아들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