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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리

그 해 가을

 

김 재 오 

 

전남담양 출생

공군사관학교 졸업

미 오클라호마대 경영학 석사(MBA)

공군대령 전역

갑진개발(주) 대표

 

        

 

                       해    거    리

                               

 

                                      김 재 오

 

 

그해 가을이 다숩게 익어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 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밭 아래를 쳐다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 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 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어머님은 가을걷이를 마치신 후

감나무 주위를 파고 퇴비를 묻어주며 합장을 하셨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허리 굽혀 땅심과 뿌리를 보살펴야 하는 거라며

 

정직하게 해거리를 잘하는 게 미래 희망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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