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화려한 성적표 자랑하는 화성시의 비극

지역 현안조차 잘 모르고 동탄만 대표하는 정치인들

화성은 큰 도시다. 인구수는 100만에 가깝고 면적은 서울보다 1.4배 넓다. 그리고 성장권역에 속한 도시이기 때문에 제조장이나 공장의 설립이 쉽다. 공장이나 제조장의 허가 요건이 충족되면 화성시는 사업체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사업을 지속해서 승인해왔다. 그런 막 개발의 시간이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화성의 동쪽 끝자락에 정부는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당시를 살았던 화성 시민의 입장으로 보면, 화성시의 동쪽 끝, 개발의 호재가 엎어,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무관심의 땅에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인구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았다. 다들 환영 일색이었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되어가는 즈음, 화성시의 동탄은 불필요한 괴물이 됐다.

 

<전경만의 색깔있는 이야기>

 

서울보다 1.4배나 넓은 면적의 화성시 중에서 오산보다 작은 동탄에 화성시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살면서 무려 16년간 동탄지역에 가까운 정치인들이 시의 수장으로 배출됐다. 이 때문에 화성시 안에서도 동탄은 막강한 정치권력과 행정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화성시의 서부는 갈수록 낙후되어 갔다. 절대적 낙후는 아니더라도 상대적 빈곤감은 화성 서부 시민들에게 상처를 만들었다.

 

또한 공수 훈련조차 못 받은 낙하산 국회의원들은 화성시의 동탄 세력들과 결탁하기 바쁜 나머지 화성시의 서부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망각해 왔다. 낙하산 의원들이 줄줄이 당선되면서 십수 년이 지나도록 화성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황구지천에는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다리들이 만들어지고, 또 그걸 내가 만들었다고 자랑하면서 그 길에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낙하산 의원들의 세상이었다.

 

뿐이랴!, 화성 봉담과 팔탄의 경계선 위를 지나는 도시고속도로는 화성시의 핵심 도로라고 하는 삼천병마로의 갓길조차 끊어버렸다. 화성시 구간의 삼천병마로는 43번 국도다. 의정부에서부터 화성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의 화성 구간은 언제나 차량 통행이 심각할 정도로 많은 구간이고, 길 양쪽 변에는 많은 거주민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그 길은 인도는 없고 갓길만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 갓길조차 끊어버린 도시설계를 정치인들은 모르거나 외면했다.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역구를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는 정치인들의 눈에는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의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말과 구호로는 화성시가 대한민국 최고라는 지표를 자랑하며 떠들지만, 화성 서부의 현실은 차량 통행량의 급증에 비해 인도의 보급은 형편없는 삼류 이하의 도시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서는 또 말을 앞세운다. 그리고 그 말조차 화성 서부를 후벼 판다. 수백억 예산이 들어가는 미국식 정원이라는 ‘보타닉가든’을 동탄에 만들고, 또 수백억 예산의 미술관을 동탄에, 화성시의 미래를 가늠할 미디어센터 또한 동탄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의 말 잔치에 화성 서부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정상적인 혹은 상식적인, 화성시에 애정을 품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미술관은 봉담에 그리고 보타닉가든은 송산, 미디어센터는 향남과 조암에 만들고 이를 인도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표가 동탄에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화성 서부의 희생과 발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성범죄자가 자기 지역구에 들어온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나도 억울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화성 서부의 도시행정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정치인들의 퇴출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포토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