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화 지음, 좋은땅출판사, 140쪽, 1만2000원
좋은땅출판사가 ‘취원창 가는 길’을 펴냈다.
이 책은 박순화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으로, 시인의 깊은 언어는 물론 시인의 다른 활동인 화가, 문화관광해설사 및 독립운동기념관 해설사의 역량 또한 담긴 시조들로 묶여 있다.
해당 책의 특징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회화적 진술’이다. 짧은 문구임에도 이미지의 아우라를 멋지게 표현해 낸 시편들을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이안의 야경을 다채로운 색과 불빛으로 그린 ‘호이안의 밤’이나 수선화를 ‘노오란 웃음’이라 말하며 공감각적 표현을 극대화한 ‘꽃’ 등이 그렇다. 이는 시인의 화가 활동의 영향으로 생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풍경’이다. ‘압록강단교’ 혹은 ‘취원창’ 등 제목들에서부터 구체적인 공간 명명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각 공간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발굴하려는 시인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족의 아픔을 절절히 그려낸 ‘압록강단교에서’ 혹은 취원창(독립운동 근거지)을 통해 독립의 비장함을 표현한 ‘취원창 가는 길’ 등에서 느낄 수 있다.
권혁모 시인이 해설에서 말하고 있듯 저자는 “삶의 도처에서 만나는 애환을 시조라는 질그릇에 담고” 있다. 여기서 ‘삶의 도처’라 함은 계절의 변화 및 일상이 가져다주는 가벼운 정취부터 역사적 함의가 깊이 담긴 풍경들까지를 포함한다.
삶의 미세한 감각을 살피는 섬세함과 그 섬세함이 다채로운 이미지와 구체적인 역사의 의미로 나아가고 있는 취원창 가는 길은 리듬, 함축, 여백이라는 시조의 특성과 만나 하나의 완성도 높은 시조집으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