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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의 명예에 먹칠한 것은 기자가 아니고 의원들

오산시의회의 언론 조례안은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이해 못한 저급한 조례

오산시의회가 해외 공무출장과 관련 망신에 가까운 언론의 지적을 받은 지난 10월 이후, 오산시의회 전도현 의원이 출입 언론인들을 상대로 한 ‘오산시 언론관련 예산 조례안’을 발표하자 언론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 의원이 제안한 조례안의 내용 이전에 ‘지역 언론 진흥’은 기본적으로 무엇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지역 언론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둔다.

 

지역 언론 육성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거대자본으로 움직이는 중앙언론에서 소외되는 지역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더욱 심도 있게 알리고자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악용해 지역 언론을 향해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먼저 ‘오산시 언론 관련 운용 조례안’과 관련된 제3조(적용대상) 2호 주간신문과 관련 조례안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 또는 라목에 따른 신문으로 ‘오산시에 본사를 둔 신문사’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본지가 주간신문은 아니지만 주간신문을 운영하고 언론사의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인터넷 언론사도 비슷한 경우다.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아주 극소수가 오산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현실을 전혀 직시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어 제3조 (광고제한) 과 관련 조례안에서는 “시장은 언론사 또는 언론인이 신분을 이용한 위법행위를 이유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5년간 출입기자 등록을 제한하고, 행정광고 등 오산시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언론사에 대한 가장 참을 수 없는 모욕에 해당한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면 어떻게 될까? “정치인이 정치인이라는 신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5년간 출마자 등록을 제한하고, 의원 출마 등 오산시의 모든 공직자 지원을 제한하여야 한다”라는 문구로 바뀐다. 한 마디로 쓰레기 문장이 된다.

 

특히 언론 중재와 관련된 제5조 2항은 무죄추정이 원칙에 위반되는 헌법침해의 소지도 있다. 조례안의 내용을 보면, “보도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사안이 있는 경우, 또는 조정성립 또는 직권조정을 통해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 등의 결정이나 이와 관련하여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라고 적혀 있다.

 

‘계류 중’이라 함은 현재 심의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어떤 결정이 되기도 전에 광고 지원을 제한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거꾸로 생각해서 현재 재판 또는 민`형사 소송 중이거나 조사받고 있는 의원들의 세비 지급을 중단하고 의정 활동을 중지시키는 것에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 민주주의를 지나치게 자기 편의주의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또한, 언론 중재와 관련 ‘조정성립’이란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합의한 경우를 말하며 손해배상과 벌금은 그냥 벌금과 손해배상일 뿐이지 언론 활동을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벌금과 손해배상이 있다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은 있을 수 없다.

 

물론 모든 언론인이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오산시의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봄에는 의원과 관련한 교통사고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수일간 고장 난 자동차를 시청 정문에 고의 주차해 오산시의 얼굴에 먹칠을 사건도 있으며, 여름에는 해외 공무출장과 관련 양주를 선물 받은 의원(청탁금지법 위반)들이 해외에 양주를 가지고 나가 마신 일도 있다. 그리고 자녀 결혼과 관련 일부 산하 기관장들에게 등기 청첩장을 보내는 엽기적인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에게도 적용하기 어려운 조례안을 만들어 언론인들에게 이것을 지지키라고 하는 것은 독선적 오만이다. 그리고 오만이 지나치면 횡포가 될 수 있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가장 부끄러운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이 시대의 일탈은 정치인 그리고 오산시를 출입하는 언론인 모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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