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사를 할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인사를 빈틈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말은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선거철인 요즘, 각 정당에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유용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각 정당의 공천은 사실 유감이 있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각 정당은 자당의 후보자를 나름의 이유를 들어 공천했다. 그러나 각 정당의 공천에서 정말 시민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공천했는지를 되돌아보면 ‘아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그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공천했는지는 몰라도 시민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공천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야당 공천과 관련 ‘비명횡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고, 여당에서는 ‘윤바라기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이번 공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공천과 관련해서 시민의 처지에서 보면 가관인 공천도 많다. 정당에서야 젊은 인재를 영입해 공천했다고 하지만 선거권자인 시민의 눈으로 보면 어떤 후보는 우리 지역에 그 정당의 후보자가 왜 나왔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후보자들도 많다. 국회의원을 한 명 선출하는 어떤 시의 후보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그 지역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후보자로 나와 시를 대표하겠다고 하니 시민들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지역과 관계없는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이기면 해당 지역의 대표로 일할 터이지만, 낙선한 사람이 낙선지역에서 당협 혹은 지역위원장의 자리를 맡아 일했다는 예는 보기 드물다. 선거 때야 출마지에 뼈를 묻겠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떨어진 후보들이 출마지에 남아 있었던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인재 영입 공천은 각 정당이 마치 대학교가 수능 성적표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처럼 선거지역에 인재를 공천했다. 국`영`수 잘한다고 지역의 현안이나 문제, 사회적 분위기를 알 리 없건만 각 정당은 그렇게 했다. 시민의 뜻과 의지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황제 공천이라고나 할까?
시민의 의견이 시정이나 국정에 최대한 반영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시대에서 임금이나 황제처럼 자기 사람들을 그저 자리에 꽂기만 했다. 그렇게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이 또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열거할 터이지만 속으로는 어떨까? 본인 스스로가 황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직이라는 자리에 올랐는데 과연 시민의 눈치를 볼까 아니면 정당 수장의 눈치를 볼까?
개나 소를 뽑는 선거가 아니고 입법부를 대표하는 시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시민의 의견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정당의 입맛에만 맞는 후보를 이곳저곳 낙하산 흩뿌리듯 뿌리는 선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각 정당의 공천관리위원회나 수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임을 각 정당의 사람들은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를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뚝딱 만들다 보니 나라가 어렵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