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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맞을 자리에서는 그냥 맞아주는 것이 예의

시민이 던진 계란은 울분이며 비판이다.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 배치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건 8년 전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의 요청 후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하자 성주군민들은 불처럼 일어나 화를 냈었다. 당시 사드 배치 상황을 설명하려고 성주에 내려갔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달걀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경찰들의 달걀 투척자 색출과 고소는 박근혜 전 정권의 모자람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척도가 됐다.

 

국무총리라는 고위 공직자가 달걀 투척이 충분히 예상되는 장소에 갔으면 달걀 정도는 맞아주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달걀 투척자들을 찾아내 폭력행위 위반이라며 군민들을 색출했다. 어이없지만 사실이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의견이 갈려 분분한 때도 있고, 다툼이 일어나는 때도 있다. 그리고 국가 행정이 시민의 뜻과 맞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고위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현장을 방문해 설명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화난 시민에게 달걀 세례를 받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달걀 맞기 싫었다면 아예 가지 말았어야 했다.

 

달걀이라도 맞아 시민들의 분이 조금이나마 풀린다면 얼마든지 맞겠다는 그런 생각 없이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은 한 마디로 함량 미달이다. 정치인이 아니고 만일 고위 공직자가 달걀을 투척한 시민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고위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달걀 맞을 자리에서 맞아주는 것이 그나마 품격있는 정치인이다.

 

시민이 던진 것이 달걀이 아니고 생명을 위협할 만한 그런 것이었다면 폭력이라 하겠지만 달걀은 그저 냄새나는 정도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시민이 던진 달걀은 시민의 울분이며, 억울함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는 비난이며, 비판이다. 시민의 울분을 감싸주고 달래주라고 정치인도 있고, 고위 공직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감히“라는 말을 입에 달고, ’나에게‘라며 반문하고 ’처벌하겠다‘라며 떠드는 삼류 정치인이 고위급 정치인이 되면 얼마나 피곤한 세상이 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고위급의 정치인이거나 공직자가 완장을 차면 찰수록 겸손해져야 하지만 최근의 실상은 반대다. 충분히 계란 세례를 받을 만한 일을 벌이고도 시민들에게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시의원조차도 내가 시민의 대변인 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오히려 시민들에게 완장값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거나 시의원 이거나 자녀의 결혼식을 앞세워 예상외의 수금을 하거나 내용 없는 자서전을 사실상 강매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열거나, 쪽지 예산으로 실속을 차리는 완장 찬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가고 있다. 갈수록 김영란법은 있으나 마나다. 김영란법을 잘 지키는 쪽은 오히려 약자뿐이다.

 

가장 큰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의 부인이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사실이 만천하 알려졌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 낸 묘한 상황은 달걀 투척자만 색출해 처벌하는 세상을 남겼다.

 

문서상으로나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야말로 ’갑‘인데 현실에서는 철저하게’을‘이 되어 살아가는 국민 혹은 시민들이 던진 계란 속에 비릿한 노란 자만 들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이제 그만 정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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