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보다 넓은 면적의 화성은 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편에 속한 자치단체다. 그리고 동서 간의 사회적 인프라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갈등과 골이 깊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마다의 문화적 가치를 찾고 전통을 이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보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곳이 화성문화원이며 문화원을 또 선두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유지선 화성문화원 원장이다.
▲ 유지선 화성문화원장
유 원장은 지난 2022년 10월 제17대 문화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역대 가장 젊은 문화원 원장이라고는 하지만 1962년생이라는 삶의 이력이라는 연륜을 가지고 있다. 유 원장이 화성문화원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유 원장의 천성이 문학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 2000년 등단, 한국문인협회 화성지부 제10대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다수의 저서가 있다.
그 때문인지 유 원장의 시각은 넓고 깊은 편이다. 유 원장이 제17대 화성문화원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다부지게 추진한 일은 ’10만 문화벨트 네트워크‘구축 사업이다. 문화를 사랑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기관과 사람을 잇는 10만 문화벨트 네트워크 사업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 위에 공유되는 부분은 함께 발전시켜 문화적 확장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유 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문화원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종아리가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설득한 결과는 지난 2024년 화성문화원 10만 문화벨트 발대식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재 20여 개 단체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를 공유하며 문화적 연대를 키워나가고 있다.
유 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10만 문화벨트 네트워크 사업은 문화적 연대와 지속성을 강조하는 사업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교육사업에도 소홀하지는 않았다. 많은 문화 분야 사업들이 가지는 전형적인 특성이 발굴과 보존이라면 문화원은 이를 한 단계 끌어올려 보급하는 문화 향수 사업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이를 위해 ’화성문화대학‘과 ’문화학교‘를 문화원 내에서 별도 운영하고 있다. 유 원장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좋은 인물과 강사를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좋은 소재를 발굴해 품격 있는 강의를 하는 것은 결국 문화를 찾는 시민들의 복이 될 것이다”라는 유 원장의 의지가 반영돼 문화원에서는 판소리에서부터 시작해 무용 그리고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보급하며 시민들의 문화 목마름을 채워주고 있다.
▲ 화성문화원은 시민들의 응원으로 커가는 공동체라 말하는 유지선 화성문화원장
또한 지역 문화를 발굴 보존하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화성지역처럼 넓은 면적의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을 체계화하고, 정립 발굴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화성문화원은 ’기안마을 대보름 줄다리기. 장안리 도당굿, 안곡서원 제례, 금신사 제례, 역말 문화제, 왕재호상놀이, 정남 백리 당제, 중거리 느티나무 당제, 백토리 우물정제, 수기리 금당암 산신제, 서신면 물푸레나무 기원제‘ 등 화성지역에 산재한 각종 풍습을 정비하고 있다. “지역의 살아 숨 쉬는 소리가 역사이며 문화”라는 유 원장의 인식이 문화사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문화유적을 찾아가는 사업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나 문화사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예산 부족은 종종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화성문화원의 오랜 숙원사업인 당성과 원효대사를 잇는 “원효대사 깨달음의 길” 잇기 사업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고증도 고증이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둘레길을 발굴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일은 보통의 예산 가지고는 하기 힘든 일이다. 또한 시의 의지와 행정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도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원효대사와 관계된 문화사업이 하루아침에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큰 사상가의 길을 되새겨 현대에 접목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꾸준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유 원장은 “문화에 정치를 접목하기는 그렇지만 모든 문화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상이 녹아 있다. 우리 화성지역에 살아 있는 문화들은 우리 시민들의 역사이며 생각들이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또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시대의 문화도 발굴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가는 일이 문화원의 전반적인 사업들이다. 한 사람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생각의 나무를 함께 키워나갈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성시민들의 응원은 문화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 저 또한 시민들의 응원을 밥처럼 생각하고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