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색’이라는 말은 중국식 세계관이다. 직역하면 영웅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뜻이지만 그 이면에는 영웅은 관대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호방함이 있다는 표현이다. 중국인다운 표현이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혼란한 사회를 정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중 마블세계관 속에 들어 있는 영웅 중 한명이 ‘스파이더맨’이다.
▲ 스파이더맨이 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역동적인 모습
스파이더맨은 여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스파이더맨은 샘레이미감독의 스파이더맨이다. 토비 맥콱이어가 주연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는 총 3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스파이더맨은 주인공인 피터파크와 메리 제인존슨의 사랑이야기가 큰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춘영화다. 그 위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지만 결국 가장 큰 줄거리는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 피터파크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주는 큰 아버지 일가와 살고 있다. 간신히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학비 밖에 없는 피터파크는 늘 옆집에 사는 메리제인이 신경 쓰인다. 한 마디로 짝사랑이다. 학교에서도 미인으로 소문난 메리제인은 고등학교 축구부 주장과 사귀고 있지만 피터파크는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단짝인 ‘해리’뿐이었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거미에게 물린 피터는 큼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메리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피터는 그 힘을 이용해 돈 벌이에 나서지만 사고로 숙부가 돌아가시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그날 그 자리에서 숙부는 피터에게 유언을 전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숙부의 유언은 스파이더맨을 세상에 나가게 만든다. 사랑하는 메리제인을 뒤로 하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역시 돈이다. 총3부작에 걸쳐 스파이더맨에게는 돈이 없다. 학업을 이어가야 하지만 부족한 학비는 늘 그의 발목을 잡는다. 신문사 아르바이트에서부터 피자 배달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의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자신이 좋아했던 메리존슨의 약혼식 사진을 아르바이트 일선에 나선 피터가 찍어야 하는 부분이다. 돈이 없어 연락조차 하기 부끄러웠던 피터는 신문사 사장의 요구로 그의 아들 약혼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상대 여자가 메리제인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한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은.......,
▲ 아르바이트 직장(핏자집)에서 잘린 피터파크......,
메리제인도 그 스스로 피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정된 무엇이 필요했던 메리제인은 번번이 피터와의 인연을 비껴서 간다. 메리제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끝난 1편에 이어, 스파이더맨2에 이르기까지 둘의 사랑은 늘 교차점을 찾지 못했다. 2편의 마지막, 메리제인은 피터의 정체를 알고 “기다리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지만 그들의 인연은 3편에서도 쉽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3편은 청춘영화의 방황을 그리고 있다. 오염된 스파이더 맨은 지신의 내부 속에 잠들고 있던 악마가 깨어나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라고 한다. 결과는 메리제인과의 이별이다. 스파이더맨이 정신을 차리고 악과 싸워 이길 때쯤에는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된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죽음, 해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준 친구의 죽음 앞에 움추려 드는 스파이더맨은 영화의 주제가 노랫말처럼 자신이 돌봐야 할 시민과 이웃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또 다시 정말 사랑했던 메리제인과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 스파이더맨 2의 메인포스터
스파이더맨의 이런 세계관은 마블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편이다. 가난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돈 벌이에 이용하지 않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결정은 마블시리즈에 등장하는 영웅들과 궤를 달리 한다. 마블시리즈에서는 차세대를 대신할 대표영웅으로 스파이더맨을 꼽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한다. 현실 속의 스파이더맨은 지금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