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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정책 ⓶ 누구를 위한 9시 등교

맞벌이 부부, 혼벌이 가정 초토화
9시 등교는 두 번 다시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젊은 부부들의 다짐이.......,


직장에 다니는 A모씨는 오늘도 분주한 아침을 준비한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챙겨줄 시간조차 없이 각자의 출근 준비에 바쁘다. 문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다. 아이보다 먼저 출근하고 아이는 거의 한 시간 뒤에나 학교에 간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집안에 전등이며, 보일러 등을 켜 놓고 나가야 한다. 아이가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때까지는 전열 기구가 작동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A씨는 출근 할 때마다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불은 다 끄고 가야 한다. 보일러도 외출로 꼭 해놓고 가야 한다” 그리고 발걸음을 떼지만 못내 불안하기만 하다.


   ▲ 9시 등교를 추진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간신히 사무실에 도착하면 아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아이가 학교에 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러나 가끔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연락이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급한 마음에 다시 집에 가보면 아이는 자고 있을 때가 많았다. 결국 A씨는 직장생활도, 아이의 학교생활도 모두 엉망이 됐다. 이런 상황은 경기도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부부 뿐만 아니라 혼벌이 부모도 비슷하다. 그나마 아이를 잠시나마 돌봐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다면 모를까! 경기도교육청 실시한 9시 등교는 두 번 다시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젊은 부부들의 다짐이 됐다.

9시 등교는 지난 2014년 9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민선교육감으로 당선되며 취임 삼 개월 만에 야심차게 밀어붙인 정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에 대하여 “아이들의 아침을 돌려주고,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는 9시 등교와 아이들의 건강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아침은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것이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의 아침시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등교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외벌이 만으로 먹고 살 수 있었던 시절에 9시 등교가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면 참 좋은 정책이었을 9시 등교는 한국의 역사상 가장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등장하는 2017년 경기도에서 시행됐다. 더구나 9시 등교가 시행되면서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나름대로 현장방문을 하며 9시 등교에 대해 설명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공론화 과정은 아니었다. 이미 9시 등교를 결정해놓고 그저 설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느 농촌학교의 학부모가 “9시 등교는 농촌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의 결정이니 학교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거절 했다. 이미 자신이 결정한 일에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었다.

선거로 뽑힌 경기도의 교육수장이 경기도 전체 학생들의 운명이 걸린 9시 등교 문제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 한 사항은 여전히 맞벌이 부부의 지뢰이며 가정생활의 가장 큰 불화요인이기도 하다.

9시 등교가 문제가 되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학생이 되어 사리판단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학생들의 대단한 호기심, 부모가 없는 상태에서의 대단한 호기심은 부모의 불안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고등학생에게 9시 등교는 학생 자신들보다 선생들에게 더 악몽이다. 특히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은 고등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학부모들과의 면담에서 제일 먼저 당부하는 것이 학교 등교시간이다. 수학능력시험이 8시40분에 시작되기 때문에 적어도 8시10분까지는 교실에 입실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생들은 수학능력시험 당일의 컨디션을 최적화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일찍 오는 것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신신당부 한다. 그러나 행정은 9시 등교를 고집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에서 오는 괴리는 경기도학생들의 수능성적 저하로 나타난다는 것이 고3 담임들의 이구동성이다.

  ▲ 교사, 학부모 간담회 사진     /    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9시 등교가 올바로 정착되려면 몇 가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행되어야만 했다. 가장 먼저는 아이가 있는 집의 부모는 10시에 출근이 가능해야 하고, 각 기관들과 회사는 이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또 수능시험 자체도 9시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아이만을 외톨이로 만들어 버리는 결정을 공론화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결정권자가 어렵게 살아본 경험이 없거나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 부족과 자기의 결정이 무조건 옳기 때문에 따라오라는 독단 때문이다.

현 사회부총리이자 전임 교육감이었던 김상곤 총리는 경기교육감 시절 “한 명의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참여협육(參與協育)의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학교를 만들고 무상급식을 보급하면서 경기도의 학부모들과 정치권에게 묻고 또 물었다. 무엇이 좋은지 말이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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