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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석이 키우고 서철모가 말아먹은 '햇살드리'

성공한 경기도 고품질 쌀은 단체장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

이천의 임금님표 이천쌀, 평택 슈퍼오닝, 안성의 안성맞춤 쌀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기미 중의 하나이며 잘 키운 브랜드 쌀로 통한다. 불과 수년 전에는 이들 브랜드 중에 화성의 ‘햇살드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화성 햇살드리는 지난 2002년 3월 화성시의 농특산물 브랜드로 시작됐다. 이후 민선 5기와6기를 거치면서 화성시의 집중적인 투자를 받아 화성시를 대표하는 농특산물 브랜드로 성공하는 듯했다. 지난 2015년 한국과 중국 간의 FTA가 시작되면서 우리 농산물을 고급화 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강화된 햇살드리 정책은 화성시에게 농수산물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 채인석 전 화성시장과 서철모 현 화성시장

 

당시 화성시장이었던 채인석 전 화성시장은 햇살드리의 전략에 대해 “능동적`공세적 마케팅 활동으로 대한민국 브랜드 대전, G-푸드쇼 등 각종 행사와 박람회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전업 농어민들에게 급여를 주며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 특히 쌀들이 생산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햇살드리를 만들어 냈다.

 

과거 화성시의 이런 공세적인 농업정책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갔다. 일반적인 화성시의 쌀들이 이천이나 여주, 평택 등과의 경쟁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지만 햇살드리의 등장은 화성시의 살이 결코 경기도 유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여러 유통회사에서 '햇살드리'를 주문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유명 대형쇼핑몰에서 햇살드리를 쉽게 볼 수 있었으며 구매도 했었다.

 

그러나 채인석 시장의 퇴임이후 화성시의 농정정책은 변화를 겪는다. ‘햇살드리’ 브랜드파워를 강화하는 것 대신 수향미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0년 동안 ‘햇살드리’에 대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200억 이상 지출되면서 쌓여있었던 결과물을 포기하고 새로운 품종의 브랜드인 수향미를 앞세웠다.

 

수향미는 밥을 할 때 향기가 난다고 해서 수향미다. 화성시가 햇살드리 브랜드파워 강화대신 새로 선택한 패턴의 쌀인 수향미는 밥맛이 평균이지만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향미로 10년 동안 투자되어온 햇살드리 브랜드 파워를 지속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쌀에 대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같은 브랜드로 판매되는 쌀은 언제, 어디서나 균질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하나인데 밥맛이 들쭉날쭉 하다면 같은 브랜드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브랜드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과거 화성시는 햇살드리 쌀의 벼품종을 ‘추청’과 ‘고시히까리’, 딱 2개의 품종으로만 선정했다.

 

또 ‘햇살드리’가 고급쌀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탑라이스의 품질 개념인 완전미 비율을 타 시군보다 2%높게 잡았다. 타 시군의 완전미비율이 90~95%라면 당시 햇살드리의 완전미 비율은 97%이어야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완전미비율이 높을수록 밥맛이 좋고 균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햇살드리는 성공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햇살드리’ 쌀에 수향미가 추가됐다. 여기서부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약 80억을 들여 수향미 브랜드를 인수한 화성시가 수향미와 햇살드리를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수향미의 종자 특성을 간과했다. 소출이 좋다는 수향미의 장점을 살리기는 했으나 대신 단점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소출 좋은 쌀의 단점인 밥맛에 대해서 간과한 것이다.

 

결국 ‘햇살드리’라는 한 브랜드 안에서 추청과 고시히까리 그리고 수향미가 섞이면서 균일한 식감을 내어야 한다는 브랜드이미지가 깨진 것이다. 결국 화성시의 선택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재투자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 지난 2017년 화성 동탄에서 열렸던 햇살드리 축제의 매인 포스터

 

과거 중국과의 FTA로 쌀 문제가 경기도의 핫이슈로 부상했을 때 경기도 농정을 책임졌던 관계자는 쌀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서는 한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생산되는 농특산물들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가?”의 문제가 성공 혹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었다. 화성시의 농정이 수향미를 과거 ‘햇살드리처’럼 경기도를 대표하는 쌀 브랜드로 다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기도 이천, 여주, 안성, 평택의 브랜드 쌀들이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쌀의 품종이나 브랜드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새로 선택된 단체장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품종을 바꾸거나 브랜드의 대표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화성시는 아니었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쌀의 브랜드가 바뀌었다. 화성 ‘햇살드리’ 브랜드에 난입한 수향미가 어떤 결론을 만들어 낼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농업정책에 대한 일관성은 시의 대표 브랜드를 지키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임기 중 성과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산을 일부러 허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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