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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진순분




                      지친 몸 뉘여도 편하지 못한 나날
                     결국 소금기와 먼지 육신을 벗어두고
                     미래로 승천하는 꿈 지상엔 목 쉰 바람.



진순분( 1956~)

1990년 《경인일보》 시조,《문학예술》 시 등단. 시집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바람의 뼈를 읽다』 『블루 마운틴』(현대시조 100인선)이 있음. 〈시조시학상〉〈수원문학작품상〉 〈한국시학상〉 〈경기도문학상〉 등 수상. 현재 ‘수원문학’에서 진순분 시조교실 강의중

시읽기/ 윤형돈

삶의 무게에 지치고 고단한 육신은 침상에 ‘지친 몸 뉘여도’ 편치 않은 날들이 많다 염전 노예처럼 일하고 또 부리다 쓰러지고 그 여파로 온 몸에 누적된 ‘소금기’와 엉겨버린 염분 덩어리, 희뿌연 미세 ‘먼지’는 갈수록 극에 달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쓰고 산소를 흡입하는 신인류의 출현을 득실거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미래로 연결되어 지금 당장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를 가까스로 버티게 한다.

그렇게 시간의 뒤안길을 돌아온 ‘바람’이 시인의 영혼을 흔들고 지나간다. 큰소리를 지르거나 계속되는 마찰과 자극으로 이미 큰 상처를 입고 내분비질환으로 고생하다 급기야 목이 쉬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성대 결절이 올 때까지 가혹한 인생살이의 파고는 악다구니로 계속된다. 꿈과 헛된 백일몽을 허공에 걸어놓고 ‘미래로 승천하는 꿈’의 사다리를 오르자니 지상엔 ‘목쉰 바람’만이 출렁거린다. 그래도 ‘바람 부는 날’은 문이 꼭 닫혀 있는데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당신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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