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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일기/ 무봉 김도성(본명, 김용복)

충남 서산출생
중등교장으로 퇴직 녹조훈장 포상
2007 한비문학, 2009 국보문학 소설로 등단 서각초대작가, 한국문협, 수원문협 및 계간문예 선임이사 담쟁이문학 및 팔도문학, 국보문학 작가회장 역임 수원문학인상 수상 ‘아내를 품은 바다’ 제 1시집 발간. 서각작품 전시회: 2000~2006 세종문화회관 및 경인미술관 전시실

대한민국 서예대전 특선 및 입선 다수, 한반도 문화예술협회 특선 및 초대 작가 인준 기타, 각종 현판제작 다수 기증.



아내의 손은 고사리 손
밀가루 반죽으로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다시 빚겠습니다

비바람에 꺾인 나무 가지처럼
펴지지 않는 그 주먹손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바위를 지고 가는 길도
걷겠습니다.


시 읽기/ 윤형돈

헌신적이며 순수한 사랑을 지칭할 때, 사람들은 흔히 ‘순애보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 남편과 아내가 부부의 연을 맺고 각자 소임을 다하며 동반자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쪽이 쓰러져서 그것도 사지(四肢) 가운데 멀쩡하던 수족이 마비되어 아예 혼자서는 거동 자체가 어려울 때, 다른 한 쪽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숙명이려니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반경을 줄여나가며 그래도 상황이 엔간히 나아질 때 까지는 전전긍긍 노심초사할 때가 온다. 그러나 그 같은 사태에 아랑곳 않고 마치 헌신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자의 자세로 차분하게 일상적으로 포용하는 이가 있다. 그는 잠시 벌써 떠나온 고향의 가을 운동회에서 두발을 묶고 이인삼각(二人三脚) 경주를 펼치고 있는 어릴 적 단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시인은 지금 아내의 병수발을 들고 있다. ‘아내의 손은 고사리 손’이요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처럼 펴지지 않는 주먹손’이다 인생에 중풍을 맞으면 좌우 어느 한 쪽에 마비가 오며 수족을 제대로 기능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허구한 날,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며 바로 옆에서 누군가 꾸준하게 간호하고 거들어 주는 이가 있다면 이 얼마나 크나큰 행복인가!

이 시에서 중풍 아내는 복덩이 남편을 만났다 직접 시장을 봐서 갈치조림을 해주고 아내가 좋아하는 검은 콩국수를 포장주문하며 아내의 입맛을 챙기기를 다반사. 그 와중에 수시로 요양원과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고 휠체어와 의자를 친구삼아 모서리각을 최대한 피해 공처럼 둥글게 탈 없이 굴러다녀야 한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기도와 간구, 날마다 상상력으로 장만하는 밑반찬이 실천으로 열매 맺는다. 저의 평생소원은 단 한 가지, 아내의 펴지지 않는 주먹손을 다시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바위를 지고 거슬러 오르는 고행도 감수하겠다는 것, 그 요지부동의 사내대장부의 결의가 조물주와의 결연한 약속으로 이어진다.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온 힘을 다해서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시인은 오늘도 지성으로 눈물겨운 순애보의 아내 사랑을 밀어 올리고 있다.

우리는 흙으로 된 그릇이다 시인의 사랑은 질그릇에 담긴 보배, 저들이 다루다 깨진 그릇은 결코 칼날이 아니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그다지 빗나간 적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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