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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지옥 수원 신도시 초등학교 (제1편)

수원 곡정초 3교대 병행급식, 전용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조차 없어
수원시와 교육청 “우리 책임 아니다”만 되풀이


“시청이 학교시설 지어주게 되어 있습니까? 그거 교육청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수원시 최고위층의 말이다.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중앙투자 심사 당시 학급당 학생수는 34명 기준이었고 그때 36학급 규모로 학교로 설계됐다 절대 과밀학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 학생숫자 1,500에 비해 작아도 너무 작은 곡정 초등학교 운동장

그러나 이 학교는 3교대 병행급식을 하고 학교 강당에는 전체 학생의 1/3만 들어갈 수 있다. 또 운동장은 터무니없이 작고, 전용 방과후학교 교실 자체가 없다. 초등교실 2개와 미술실 및 도서실을 방과후학교 교실과 겸해서 사용할 정도로 열악하다. 더울 비참한 것은 돌봄교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돌봄교실은 정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기본시설물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학교의 돌봄교실은 저학년이 일찍 하교를 하고 나면 그때서야 그 교실을 빌려 임시로 돌봄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곡정초등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는 지난 2010년 8월, 수원시 권선구 곡선동에 세워진 학교다. 수원시 곡선동 인근에 약 6,000세대 정도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곡선초등학교의 2018년 기준 학생숫자는 전체 51개 학급에 1,443명이고 병설유치원의 원아 45명을 합치면 약 1,500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다.

학생숫자에 비해 학교에 필요한 기본시설들이 많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수원시 어느 곳도 자기들의 잘못은 없다고 한다. 수원시는 공무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교육청의 요구대로 학교부지가 만들어졌고 시행사가 제시한 아파트 단지 설립 기준에 하자가 없어 권선지구가 조성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교육청은 “학교면적은 중앙투자심의위원회가 최종 심의한 것이다. 면적에 하자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학교과밀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척하고 있다.


   ▲ 수원 곡정초등학교 급식실, 급식실에서 식사를 할 수 없는 3학년과 4학년은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급식부분으로 들어가면 이 학교가 얼마나 과밀한 학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곡정초등학교의 학교급식실 정원은 500명이 채 안된다. 보통 일반식당의 정원이 30명 정도라고 할 때 손님이 30명이 꽉 차면 좁아 보이기 마련이고 자칫 사고의 우려도 높다. 그런데 아이들 500여명이 꽉 찬 식당 그리고 뒤에 줄을 서있는 500여명의 학생들이 알루미늄 식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아찔하기도 하지만 실제 위험하기도 하다.

이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교육청의 학교급식 관계자는 “아이들이 식판을 들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동선공간을 제외하고 공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 시설기준에 따르면 100m²에 약 110명 정도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 학교에서는 공간 확보가 안되다. 그래서 3학년4학년 학생들은 교실에서 식사를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현실이다. 비싼 식당에 가면 대부분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부딪쳐가며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인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교식당의 규모에 비해 정원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고 또 조리실무사들은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영화초등학교나 수성초등학교 같은 경우 조리사 1명과 조리실무사 5명이 약 500여명의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조리사 1명에 실무사 10명이 1,500명을 담당하고 있으며 교실급식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의 강도가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다.


    ▲수원 권선구 초등학교 몇몇 현황만 보아도 곡정초등학교가 얼마나 과밀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문제는 먹는 것 자체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다. 대개의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인식한다. 밥을 빨리 먹고 운동장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이 대다수 아이들이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놀아야 하는 시간에 밥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한다. 애초부터 아이들의 행복추구권 같은 것이 곡정초등학교에는 없었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교육청의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곡정초는 과밀학급이 아니다. 법에는 학급당 28명 미만이면 과밀학급이 아니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더 신설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 곡정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28명 미만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학교시설자체가 학생숫자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무초등학교 운동장의 1/4 정도 되는 학교운동장과 전체학생의 1/3밖에 들어갈 수 없는 강당, 따로 독립된 돌봄교실이 없이 저학년 학생들이 하교 하고 나서 임시로 사용되는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이 이 학교의 현실이다.


  ▲ 수원 곡정초등학교 종합안내도

이와 관련 권선지구 주민들은 지난 2016년부터 끊임없이 수원시와 수원교육청에 초등학교를 늘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무도 반응이 없다. 수원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교육청은 ”학생숫자가 많지만 과밀학급은 아니다“라는 말로 대응하고 있다. 급기야 권선지구 주민들은 오는 25일 권선지구를 건설한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애초에 권선지구를 설립할 때 만들어 두었던 학교부지 하나가 남아 돌고 있는데 그곳에 빨리 학교를 세워달라는 민원성 시위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원시와 교육청이 신설학교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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