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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한 수/ 심성보

심성보(晩濃)
경남 마산 산, 경북대 법학과 졸업
한국시조시인협회/국제PEN/문예춘추/계간문예/수원문인협회
시조집: 나의 노래, 나의 시 비 그치고, 아름다움 7 5한시역집-몽각요, 주목, 천년주목 상.중.하, *향가 26수 향가풀이로 저작 등록



시조 한 수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잡을까 내미는 손 허지르는 안타까움
눈초리 날로 세우다 빈 하루를 보낸다

시 읽기/윤형돈

어느 길손에게 잃어버린 노래를 말하랴 나 평생 헛된 꿈만 꾸고 살아왔는데, 가자 저 바람 속으로 홀로 외로이 뇌까려 보지만, 오늘도 헛되이 ‘시조 한 수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시조’라는 말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로 이해된다.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고 계절이 보이고 그렇게 시인의 눈에 보이는 대로 스스럼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일렁이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따뜻한 양성모음’의 시 운율을 가다듬어야 희미하게 드러나는 은세계다.

그러나 모든 사물의 현상은 때가 있는 법, 바로 그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쓰고 싶어 아무리 사달이 나도 시를 만나지 못한다. 특히 종장에서 독특한 율격의 반전을 도모해야 비로소 한 편의 시조가 완성됨에 있어서랴!
문득, 만농 시인이 펴낸 <나의 노래 나의 시>에서 들켜버린 ‘시인의 말’을 엿보고 간다.

“시라는 짧은 글 속에 그 많은 생각을, 느낌을 담아내려면 결국은 축약(縮約) 밖에 없다 축약은 시간도, 공간도 뛰어 넘어 다녀야 가능하다 그러면서 생생히 살아 숨 쉬게 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한 줄 만이라도 가능할까?”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詩만 생각하는 ‘시 바보‘들에겐 사후에도 영원히 기억되는 불멸의 시 한수 남기기가 평생소원이다 ‘잡을까 내미는 손 허지르는 안타까움’의 시간들이 무수히 반복된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일 터이다. ‘허(虛)‘는 알맹이가 없는 비어있음이요, 허방이다 여기서 ‘허지르다’란 시어는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송곳 표현이다.

종장으로 가는 배다리를 견인하면서 허아비가 허렁(虛浪)한 기운에 허짓허짓 쓰러질 듯 걷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아무렴, 시안(詩眼)을 틔우려는 안목으로 ‘눈초리 날로 세우다’ 번번이 ‘빈 하루’를 공으로 보내고 마는 때가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러나 아직은 온전한 ‘시절가조(時節歌調)’를 부를 때가 아니므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날카로운 촉의 ‘날’을 세우고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잔상이 역광으로 찬연히 빛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뇌성번개처럼 강림하는 ’젖니의 생성과 소멸‘의 시상을 만나게 된다. 궁리에 궁리 끝에 도달한, 달콤 쌉쌀한 맛을 내려준 외마디 비명소리 같은 ’시조 한 수‘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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