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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매탄동 길냥이들의 봄



수원에서 제일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꼽는다면 인계 매탄 주공아파트 단지다. 법원 사거리 길 건너면 매탄시장에서부터 뉴코아 백화점 사거리까지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다.
 

아파트와 아파트 간의 거리도 상당히 넓다. 아파트간 거리가 대략 60~70m 정도 되고 가로수가 4열로 심어져 있다. 아파트 단지의 중심부로 들어가면 제일 높은 층수가 12층이고 외곽으로 나가면 4층짜리 아파트와 단지 내 학교에 이르기까지 아주 잘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다. 단지 오래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는 그림 같은 꽃들과 잔디가 넓게 깔려져 있고, 중간 중간 운동장과 테니스장, 농구장 등이 있다.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고양이들 입장에서 보면 매탄동 아파트 단지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최근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들은 용적률이 높은 대신 아파트간 거리가 불과 27m에 불과하고 어린이 놀이터 한 개정도가 고작인 것에 비하면 매탄동 아파트 단지는 일종의 산책하기 좋은 수목원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 아파트 단지를 가만히 두려하지 않는다. 노는 땅(동산과 운동장들 그리고 주차장)이 너무 많고, 이곳에 용적률 높은 아파트를 건설하면 떼돈을 번다는 생각에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 도심한복판에 있으면서 수원시민들에게 그나마 맑은 공기를 제공해주던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이라는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서게 됐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매탄동 길냥이들은 2019년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있는 새들을 노려보며 혹은 누구인가 먹이를 가져다주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내년 혹은 올해 말 시작될지도 모르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걱정도 없이 고양이들이 즐기는 행복한 봄이 오래되었으면 한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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